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3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가 반토막 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상품에 크게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내 자산 일부는 이자 부담 때문에 손해를 보고 만기 전에 매각해 현실적으로 원금 회수 가능성은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조기 인하할 경우 그나마 손실 폭을 줄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조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래에셋맵스미국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9-1호(9-1호)’에 1340억원을 투자했는데, 858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손실률은 마이너스(-) 64%다.
이 펀드는 최근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투자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9-2호)’의 사모펀드 버전이다. 즉 9-1호는 49인 이하의 투자자만 모집하는 사모펀드, 9-2호는 그 이상의 인원이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두 펀드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오피스 4개 동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건물은 글로벌 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이 펀드 설정 연도인 2016년부터 2037년까지 임차인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다.
장기 임차가 확보된 덕에 이 펀드는 시장에서 인기가 좋았다. 2016년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9-2호(공모)는 출시 9일 만에 완판됐다.
미래에셋증권은 9-1호(사모)에 118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율은 98.33%로, 9-1호는 사실상 미래에셋증권만 투자자로 있는 사모펀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50억원 이상 추가 투자하면서 펀드 투자원금을 1340억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오피스 빌딩의 수요가 꺾이자 부동산 펀드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최고치(5.25~5.50%)로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자 부담 등을 계산한 뒤 맵스 9호의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손해를 감수하고 빌딩을 팔았다.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자로부터 받은 펀드 자금과 현지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오피스 빌딩을 9786억원에 매입했는데, 지난해 10월 7879억원에 매각했다. 사모로 들어간 미래에셋증권은 64%, 공모로 들어간 투자자는 42%(최근 3년 기준)를 날린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또 다른 부동산 펀드인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미국사모부동산투자신탁6-2호’에도 1278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311억원 손해를 봤다. 이 펀드 역시 사모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몬트 호텔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분이 99.92%라 이 펀드 역시 9-1호처럼 미래에셋증권이 단일 투자자인 사모펀드로 봐도 무방하다.
계열사 펀드뿐만 아니라 다른 부동산 투자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은 줄줄이 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손실로 인식한 금액은 3134억원에 달한다.
펀드별로 보면 1312억원을 투자한 ‘다올KTB칸피던스일반사모투자신탁제101호’에선 940억원, 1908억원을 투자한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호’에서 823억원, 760억원을 투자한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1호’에선 317억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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