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도 남부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재정 지원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통상 여건 변화에 따른 대응 노력도 강조되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김준혁(수원정)·염태영(수원무) 등 8명의 예비후보로 구성된 넥스트레벨팀을 출범해 반도체를 위시한 경제·산업·교통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수원·용인·이천·화성 등 경기 남부와 동부권을 반도체 특화 지역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추가 연장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방문규(수원병)·이원모(용인갑) 등 경기 남부권의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들이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 제정’을 발표했다. 특별법은 수원·성남·용인·화성·오산·평택·이천·안성 등을 반도체 메가시티로 지정하고 규제 완화와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 수출 견인차인 반도체 산업 진흥과 관련해 여야가 경쟁적으로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는 양상이다. 반도체 업황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수출 부진 탓에 연간 무역수지가 99억7000만 달러 적자로 악화한 바 있다.
다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도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해 재정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자국 반도체 투자 장려를 위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제정하며 투자 기업에 총 53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다. 중국도 일찌감치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를 선언하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 펀드 조성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 역시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매출을 기존의 3배인 15조엔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추진 중이다.
여야는 반도체 외에도 수출 증진과 인재 육성, 재생에너지 활용 여부 등에서 표심에 호소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우수 인재 1000명을 유치하는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한다.
또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어젠다이기도 한 원전 생태계 복원에도 방점을 찍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확보를 위한 법 제정, 원전 수출 활동 강화,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등이다.
수출 규모 글로벌 5위 도약을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통상 연대 참여,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협력 범위·수준 고도화, 신흥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 밖에 콘텐츠·관광 등 서비스업을 수출 주력 품목으로 키우고 청년 무역 인력을 1만명 양성하는 계획 등도 공약집에 수록돼 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생태계 기반을 확충하고 통합감시시스템을 도입해 불공정 거래를 엄단하겠다는 등의 디지털 공약을 내걸고 있다. 가상자산 매매수익에 대한 공제한도를 5000만원까지 늘리는 등 젊은 표심을 겨냥한 공약도 이목을 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공약은 현 정부나 여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2%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과 미래차 보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무공해차 구매·전환 보조금 지급 범위도 늘린다.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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