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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삼성전자(005930)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와의 공급계약 기대에 5% 이상 수직 상승했지만 HBM 시장에서 앞선 SK하이닉스(000660)는 경쟁 심화가 우려되며 2% 하락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며 ‘7만전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4100원(5.63%) 오른 7만 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6% 이상 오르며 7만 7200원을 찍기도 했다. 일일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 1일(6.13%) 이후 최고치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이 914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2.31% 떨어진 15만 65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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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 제품을 검증하고 있다는 발표가 양 사의 주가를 좌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의 HBM을 검증 중이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황 CEO가 삼성전자의 HBM 사용 여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언을 근거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를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자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앞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의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지난달 밝혔고 GTC 2024에 실물을 전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한 것과 달리 SK하이닉스 주가는 정반대였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 물량을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공급이 현실화하면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향(向)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제한된 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공급사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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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9년 HBM 사업을 일시적으로 접는 탓에 초기 개발 경쟁에서 밀렸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특히 기존 8단 HBM3E 제품보다 성능과 용량을 50% 이상 개선한 12단 HBM3E 시장을 선점한 점을 호평한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5배 끌어올릴 예정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 초기 의사 결정이 늦었지만 방향성은 잡았다”며 “12단 HBM3E 제품의 샘플 공급은 경쟁사 대비 수개월 앞서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의 공급계약을 동력으로 삼아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붐에 본격적으로 올라탈 수 있다는 해석도 힘을 얻는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80%, 10% 뛰는 등 AI 반도체주가 랠리가 펼쳤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4개월째 7만 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하지만 AI 반도체 경쟁력이 입증된 데다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8배 이상 늘어난 4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SK증권·메리츠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 원 이상으로 높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사업 대부분이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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