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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여권 이사 “MBC 기자들, 본인이 정의롭다 생각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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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연합뉴스

MBC가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표적 심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MBC 스스로 정치적 편향이 없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진행된 정기회의에선 MBC가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법정제재 현황 보고가 진행됐다. 박건식 MBC 기획본부장의 보고에 따르면 2020년 12월18일(재승인 시점)부터 2024년 3월12일(자료 제출 기한)까지 MBC가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법정제재는 총 28건, 방송평가 감점 합계는 총 76점이다.

법정제재는 주로 ‘뉴스데스크’, ‘PD수첩’,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 시사 프로그램에 집중됐다. 주목할 부분은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취임한 2023년 9월 들어서 법정제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MBC TV 관련 법정제재의 약 69%, MBC 라디오의 경우 모든 건이 해당 시기 이후에 발생했다. 

박 본부장은 제재에 대한 MBC 측 입장으로 “명백한 오류나 규정 위반은 겸허히 수용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하겠다”면서도 “MBC가 판단할 때 부당하거나 정도가 지나칠 문제는 행정소송 등을 포함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법원은 MBC가 자사 보도 관련 법정제재 효력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전부 받아들이고 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뉴스데스크’ ‘PD수첩’ ‘김종배의 시선집중’, MBC 기자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를 보도한 ‘뉴스데스크’ 등에 대한 건이다.

박 본부장은 “현재 방통심의위의 심의 적절성 및 표적 심의, 검열의 문제가 있다”며 “대부분의 법정제재가 정부 정책 비판에 집중되고 있다. 알 권리나 민주주의 발전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방통심의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 위원 구성, 운영 방식에 절차적 위법성의 문제도 있다”며 “MBC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언론의 자유와 방송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방통심의위 역시 민간독립기구로서 합의제 원칙과 최소 규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진 여권 이사 “MBC, 언론 자유 때문에 과징금밖에 안 받는 것”

박 본부장 보고에 여권 이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지성우 이사(여권)는 “지적하고 싶은 건 가짜뉴스에 가까운 악의적 비판이라고 보이는 것들”이라며 “신장식씨는 특정 정당에 서너 번 출마했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는지를 억울하게만 생각 말고 특정 정파에 경도된 분이 어떻게 공영방송에 앉아서 중도적으로 진행할 거라고 기대하고 채용했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교정해야 한다”고 했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김병철 이사(여권)는 탈북작가 장진성씨의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MBC ‘스트레이트’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언급하며 “일반인 같았으면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 근데 언론의 자유 때문에 여기서(방통심의위) 지금 과징금밖에 안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 자체가 최소 규제인데 과징금도 과하다면서 더 최소화해달라는 건 기본적인 판단에 대한 큰 오해”라고 했다.

차기환 이사(여권)도 “MBC 스스로가 정치적 편향이 없었는지 자성해야 한다”며 “과거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하고있는 보도와 같은 수준으로 나갔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MBC의 입장을 설명했는데 부적절하다고 느꼈다”며 “똑같은 논리를 가지고 방문진 이사회에 와서 MBC 보도가 정당했으니 계속 싸우겠다는 마인드로 계속 운영하면 계속 이런 사례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야권 이사 “헌법소원, 위헌심판 제청까지 동원해 제재 대응해야”

반면 야권 이사들은 방통심의위의 표적 심의를 우려하며 MBC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윤능호 이사(야권)는 “지난해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MBC에 대한 심의 제재가 폭증했다. 중징계를 받은 내용 대부분은 정권 비판, 여당 보도에 집중됐다”며 “일정한 흐름 속에서 MBC에 대한 현 정부의 의도가 담긴 게 아닌가, 권력 비판 감시를 억압하는 게 아닌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료”라고 했다. 

강중묵 이사(야권)도 “연말에 있을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방통위, 방통심의위, 선방심의위를  전부 동원해 MBC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 못할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에 유리하냐 불리하냐가 공정성 잣대가 된다면 그것까지 MBC가 받아들일 수 없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원 사주(청부 민원) 의혹으로 고발된 류희림 위원장이 참석하는 전체회의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가도 검토해 대응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이사(야권)도 “재허가 심사가 (방통심의위의) 의도가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소원, 위헌심판 제청까지 포함해 제재에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병철 이사는 “정권을 비판해서 문제 삼은 게 아니라 최소한의 절차 위반이었기 때문”이라며 다시 반박했다. 김 이사는 “김건희(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같은 경우 함정 취재,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는 책을 사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취재 윤리에 벗어나는 부분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권때 MBC가 정권 비판한 적 있나. 지금과는 차원이 자른 잣대였다”고 말했다.

차기환 이사도 “MBC의 젊은 기자들이나 보도의 흐름을 보면 본인들이 굉장히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의감을 자신이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방송에선 서로 다른 생각을 절충시킬 수 있는 공정한 보도를 해달라는 게 최소한의 요구”라고 했다. 이어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MBC 경영진이 젊은 기자들의 혈기를 잘 제어해 추가적으로 제재받을 일이 없게, 젊은 기자들에게 각별히 신중하고 정제된 보도를 하도록 촉구해달라”고 말했다. 

여야 이사들 발언이 1시간 가량 지속되자 권태선 이사장(야권)은 논의를 마무리했다. 권 이사장은 “갑자기 류희림 위원장이 등장한 이후 MBC에 대한 제재가 급증한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라며 “MBC 보도가 갑자기 더 정부 비판적으로 됐기 때문이 아니라 보도를 평가하는 쪽에서 달라져서 이런 결과를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해서 제재 조치를 철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MBC가 재허가 문제에 대처할 길”이라며 “권력 비판에 대해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는 점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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