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적 금융기조 지속” vs “물가 상승에 추가 인상“
달러당 엔화 가치, 1990년 이후 최저치 근접
유로화 대비 2008년 이후 최저
덴마크 선례 살펴보니…자산 거품 등 후유증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가운데, 추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완화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관측에 엔화 가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은행이 언제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들은 일본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언제 얼마나 더 올릴지에 대해서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 올해 말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 금리를 0.1%로 전망했는데, 이는 대다수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제 성장이 여전히 부진하며,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툴리 매컬리 핀란드은행 신흥국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은 한 번으로 끝났다”며 “일본은행으로서는 한 달만 지나도 정상화할 기회를 잃을 수 있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 트레이더들도 당분간 일본의 완화적인 금융 여건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분위기다. 엔화 가치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151엔대로 떨어지면서 작년 11월 이후 넉 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넘으면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3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하게 된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들어 7% 이상 하락해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엔·유로 환율은 164엔을 넘어 엔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이어서 추가 인상의 여지가 많다는 반론이다. 최근 높은 임금 인상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촉진한다면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내년 말까지 금리가 1%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또 환율과 4월 이후 인건비가 물가에 어떻게 전가되는지에 따라 두 번째 금리 인상이 7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이코노미스트도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인상, 유가 상승, 정부 물가안정 조치 종료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10월 또는 12월에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전철을 밟은 유럽의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덴마크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국립은행(SNB) 등은 일본보다 앞선 2012~2014년경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가 2022년 하반기 해제했다. 그중에서도 덴마크는 무려 10년이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했는데, 금리 인상 후 자산 가격 거품과 은행 타격이라는 후유증을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 오랜 기간 세계 통화정책의 이단아로 남아 있어 유럽의 사례가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이너스 금리 탈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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