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좌측 햄스트링 통증으로 며칠간 시범경기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복귀를 향한 시동을 건다. 20일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고, 빠르면 21일부터 다시 시범경기 라인업에 복귀할 수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벼운 부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정규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할 상황이다. 현지 언론의 기대는 여전하고, 블레이크 스넬까지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팀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정후는 20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캔자스시티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지 않는다. 상대 우완 세스 루고를 맞이해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크 야스트젬스키(우익수)-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루이스 마토스(중견수)-닉 아메드(유격수)-톰 머피(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14일 신시내티와 시범경기 이후 햄스트링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계속 제외되고 있는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곧 복귀는 가능해 보인다. CBS스포츠를 비롯한 미 현지 언론들은 19일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공식 메디컬 자료를 인용해 ‘이정후가 재검진 이후 경기 복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정후는 20일에는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한다. 이날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검진 자료와 비교하며 최종 복귀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고였다. 이정후가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 복귀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상황은 이 보도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샌프란시스코 담당기자 샤이나 루빈은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정후는 오늘 베이스 위에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는 의미다. 이어 루빈은 ‘만약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그는 내일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고 밥 멜빈 감독은 말했다. 그는 최근 햄스트링 통증으로 결장했다’고 설명했다.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만큼 이정후 스스로가 느끼는 위화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밥 멜빈 감독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정밀 검진 결과도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곧바로 시범경기 라인업에 돌아올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1일 미 애리조나주 탬피의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LA 에인절스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보통 이정후와 같은 주축 선수들은 시범경기 초반 일정은 원정 경기에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로스터 정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상황이다. 경기에서 실험해 볼 선수들이 줄어들었고, 정규시즌에 중요한 주축 선수들의 타석이 많아지는 시기가 됐다. 원정 경기라고 해도 스코츠데일에서 탬피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이정후를 비롯한 몇몇 주축 선수들이 이날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제 마지막 검진 결과에 모든 게 달렸다.
기대대로 21일 복귀한다고 하면 이정후는 남은 시범경기 일정에 부지런히 나서며 타격감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21일 LA 에인절스(원정), 22일 밀워키(원정), 23일은 선수단을 두 개로 쪼개 시카고 컵스와 두 경기를 치른다. 이어 24일 홈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와 경기를 끝으로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난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과 구단 산하 트리플A 팀인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와 친선 경기를 벌인 뒤 26일과 27일에는 지역 라이벌인 오클랜드와 최종적으로 두 경기를 치르고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26일은 오클랜드의 홈인 콜리세움에서, 27일은 샌프란시스코의 홈인 오라클 파크에서 각각 경기가 치러진다. 28일 하루를 쉬고 29일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대망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는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9경기에 나가 타율 0.348(23타수 8안타), 출루율 0.423, 장타율 0.522, 1홈런, 3타점, 3볼넷, 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45를 기록 중이다. 성적도 좋았지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며 시범경기 일정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이정후는 영입 전 배트 투 볼 스킬, 즉 공을 맞히는 능력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이정후는 이번 시범경기 일정에서 적은 삼진, 그리고 타구를 인플레이시키는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했던 모습이 잘 나오고 있다.
자신의 장점만 보여줘도 성공적이고 희망찬 시범경기가 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정확한 콘택트와 타율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이정후의 장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중견수 수비를 가졌다고 평가를 받는 이정후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비교적 무난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가 강력한 애리조나에서 타구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정후는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시범경기 두 번째 출전에서 홈런 및 2루타를 터뜨리는 등 장타쇼를 선보이며 단순히 콘택트만 가진 선수가 아님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예상보다 더 좋은 펀치력, 그리고 예상보다 더 빠른 타구 속도를 모두 증명하며 올해 두 자릿수 홈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주력도 좋다. 타격 후 1루까지 가는 속도는 리그 평균을 훌쩍 넘는다는 게 첨단 장비의 측정에서 잘 드러났다. 스프린트 스피드가 최상급은 아니지만 뛰어난 센스를 바탕으로 단독 도루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성실한 주루플레이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범경기 기간 중 옆구리와 햄스트링에 가벼운 부상이 있었던 이정후는 이제 더 이상의 부상 없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근육은 잘못 관리하면 계속 다칠 수 있는 부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가 가벼운 부상도 화들짝 놀라 이정후의 야구적 활동을 제한한 이유이기도 했다.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한 선수인 만큼 귀한 몸이다. 이정후도 그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해 부상 없이 100% 컨디션으로 정규시즌 개막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정후까지 돌아오면서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완전체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에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힘차게 오프시즌을 시작한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FA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영입을 이어 가며 화제가 됐다. 팀의 약점을 지울 만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전반적인 팀 타율은 물론 중견수와 좌타자의 콘택트 능력이 특히나 문제였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영입해 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고자 했다. 백업 포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톰 머피와 2년 825만 달러에 계약했고, 선발 전환을 노리는 ‘100마일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에 계약해 선발 예비 자원 및 못해도 불펜에서 필승조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이어 팀 장타력을 보강하고자 스프링트레이닝 시작 이후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우타 빅뱃 호르헤 솔레어와 3년 4200만 달러, 올스타 3루수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하나인 맷 채프먼과 3년 5400만 달러에 차례로 계약했다. 그런 샌프란시스코는 19일에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블레이크 스넬과 2년 6200만 달러에 계약해 화룡점정을 했다. 마지막 문제였던 선발 로테이션까지 보강했다.
이중 가장 큰 기대가 몰리는 건 역시 스넬과 이정후다. CBS스포츠는 20일 샌프란시스코의 시즌 예상 라인업을 다뤘다. CBS스포츠는 이정후(중견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맷 채프먼(3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마리코 루시아노(유격수) 순으로 예상 라인업을 제시했다.
CBS스포츠는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득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24위, OPS(출루율+장타율)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26위를 차지했다. 그것은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으며, 자이언츠의 희망은 이정후가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출루율을 제공하고 라인업의 최상단에서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한편 솔레어와 채프먼은 좌완을 상대로 한 자이언츠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정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분석을 이어 간 CBS스포츠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가장 비싼 이적은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와 맺은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이다. 명백하게 말해서, 이정후는 2024년과 그 이후에 자이언츠의 희망에 필수적인 존재’라며 그를 장기적인 구단의 핵심으로 바라봤다.
이어 CBS스포츠는 ‘그는 팀의 중심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게 될 것이고, 그 희망은 그가 리드오프로서 샌프란시스코에 출루 능력을 더해주는 것이다. 이대호는 좋은 배트 투 볼 기술(공을 맞히는 콘택트 능력을 의미)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의 힘과 그것의 부족이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도약하는 데 있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파워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을 드러냈다.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2022년에 23홈런을 제외하면, KBO에서의 다른 6년 동안은 시즌당 평균 7개의 홈런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타자들은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때 힘이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것은 자이언츠가 이정후에 홈런의 위협을 기대하며 1번에 넣는다는 게 아니지만, 실용적인 타자가 될 수 있을 만큼은 충분히 공을 때릴 필요가 있다’고 마지막 과제를 짚었다. 이정후가 그런 시선까지 지우는 남은 시범경기 일정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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