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영문 해설서는 번역 미흡…곳곳에 오역 발견돼
법 시행 앞두고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미국행…”해외 사업자와 협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명시한 개정 게임산업법이 오는 22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해외 플랫폼 기업과의 협조가 난항을 겪으면서 외산 게임은 한동안 사각지대로 남을 전망이다.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앱 마켓 사업자들은 이달 초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와 관련해 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 간담회에서 게임별 매출 정보 공개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개정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원 이하인 중소기업이 제작·배급·제공하는 게임물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임위는 확률형 아이템 제공 게임물이 매출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하는 만큼, 앱 마켓 사업자들에게 이와 관련한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 등 앱 마켓 사업자들은 입을 모아 ‘매출액은 민감한 고객 정보인 만큼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앱 마켓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고객 매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임의로 제공할 경우 비밀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지사나 사무실을 두지 않은 해외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어겨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 통과 전부터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위는 앱 마켓 사업자들과 협조해 미준수 게임물을 국내에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보공개 대상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일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문체부는 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5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해설서 영문판을 발간했는데, 해외 사업자가 이를 확인하고 게임에 적용하기엔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해 애초에 국문 해설서와 함께 배포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마저도 게임 업계에서는 오역이나 어색한 표현이 많다고 지적한다.
우선 해설서 제목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probabilistic items’로 직역했는데, 해외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계 게임사에서 사업 담당자로 근무했던 A씨는 “영미권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전리품 상자’라는 뜻의 ‘loot box’로 통용된다”며 “강화·합성형 아이템까지 포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직관적이지 못한 어색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probabilistic items’를 검색해 보면 게임과 관련한 결과는 거의 나오지 않으며, 나머지도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된 정보다. 영국 게임산업협회(UKIE)는 홈페이지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loot box’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의미와 다르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문장도 여럿 발견됐다. ‘횟수가 제한된 콘텐츠’는 ‘시간상의 제한’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for a limited time’으로 번역됐고(1p), 합성형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설명하면서는 ‘직접적·간접적으로 유상 구매’라는 핵심 조건이 영문판에는 누락(4p)됐다.
국내법 조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법 체계상의 ‘호(號)’를 뜻하는 ‘subparagraph’와 ‘목(目)’을 의미하는 ‘item’을 혼용한 내용(7p),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하는 ‘결과물의 수량’을 ‘확률형 아이템의 수량’으로 기재한 부분(24p)도 있다.
개정 게임산업법 시행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감독 업무를 맡은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은 실무진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4’ 참석차 5박6일 출장계를 내고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는 게임 개발자 및 사업 담당자들이 모여 신기술과 산업계 동향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역대 게임위원장은 물론 실무자급이 GDC에 방문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운영사인 밸브, 한국에 진출한 해외 앱 마켓 사업자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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