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이례적으로 ‘153석+α’라는 예상 의석수를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로 본다. 특히 전통 지지 기반인 호남과 제주 지역 지지세가 굳건한 가운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선 의석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해당 예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18일 본지 인터뷰에 응한 최종호 에프엠위너스 대표, 염경영 시대연구소 소장 등 정치 전문가 4명은 민주당 측 해당 발언에 대해 평가했다. ‘오만 프레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있는 반면 현재 판세를 봤을 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옹호론’도 있다. 이들 전문가는 남은 총선 기간 중 변수로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와 공천 갈등 여파를 꼽기도 했다.
염 소장은 민주당이 너무 일찍 축배를 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각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당이 150석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염 소장은 “서울 중성동갑과 양산을 지역구 등 민주당이 뒤지는 결과가 꽤 있다”며 “민주당이 이기려면 오차 범위 밖에서 안정적으로 이기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역구 5곳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여 명을 상대로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전화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18일 공표) 결과 경남지사 출신 맞대결이 성사된 경남 양산을에선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가 45%로 김두관 민주당 후보(41%)에 조금 앞섰다. 서울 중성동갑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와 전현희 민주당 후보가 39%로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동률을 기록하거나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민주당이 너무 앞서나간 것 아니냐는 것이 염 소장 견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분위기가 한번 바뀌면 순식간에 변하니까 지금 (153석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설령 우위에 있더라도 지금은 소위 엄살을 떨어야 하는데 자신감을 내비치는 게 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측 예상에 대해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 등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의료 대란, 여권의 잇따른 막말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지역 투표 시 대부분 민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최근 물가 상승과 의료계 대란으로 정부에 대해 느끼는 피로감과 여권 공천 과정에서 나오는 후보자 리스크 등 민주당보다 약점이 많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민주당이 판세 공개 시점을 앞당긴 건 지지율 회복세 국면에서 더욱 지지층을 결집해 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선거 5일 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 130석에 비례 17석을 예상했다. 박 평론가는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선거는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게 정답인데 국민이 보기에 오만해 보일 수 있는 발언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앞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인 한병도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국면은 어느 쪽도 승리를 예단할 수 없는 백중세로 분석한다”면서도 “권역별 판세를 종합하면 지역구에서 130~140석 정도 승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예상대로 지역구에서 최대 140석, 더불어민주연합이 최소 13석을 얻는다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가져갈 의석수는 153석+α가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총선 막판 변수로 윤석열 대통령 리스크, 민주당 공천 갈등 여파를 꼽았다. 염 소장은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이 주도한 이번 공천이 ‘개딸 공천’으로 비치면 중도층에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출국, 의대 증원 피로도 등 윤 대통령에게서 비롯되는 리스크가 전혀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어 “대형 이슈에 반응하는 서울 유권자들이 각 당 대응에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도 “민주당은 양문석 후보, 국민의힘은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대한 이슈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 역시 “양당 후보들이 과거에 어떠한 발언을 했는지 당에서 알 수가 없다. 누가 더 빠르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느냐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오른 이종섭 대사는 야권의 ‘피의자 빼돌리기’ 프레임에 걸려 ‘정권 심판론’을 키워주고 있다.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되며 민주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에서도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정 관계 재정립을 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결단과 당내 통합을 위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조율이 무당·중도층 표심에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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