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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하던 중국 증시가 반등하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현지 에너지·바이오·전기차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기가 제기되고 있고 미국의 노골적인 대중 견제에 따른 기업 어려움 등도 여전해 증시 전반에 악재가 산적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주식은 총 10억 1017만 달러(약 1조 3474억 원)로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7800만 달러(약 1000억 원)가량 늘었다.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27억 4262만 달러(약 3조 6578억 원)로 한 달 새 9% 증가했다.
중국 정부의 증시 안정 및 경기 부양 정책에 투자자가 호응한 결과다. 중국 증시는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부동산 위기 등의 여파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과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과 달리 중국 주식시장은 투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차이나런’ 현상을 겪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 1월 2조 위안(약 37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화기금을 증시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달 양회에서도 9조 위안(약 1660조 원)이 넘는 부양책을 제시했다. 5조 위안(약 900조 원)이 투입되는 설비 교체와 소비진작책도 뒤따랐다.
특히 중국 정부가 수소에너지, 전기차·배터리, 의료 분야 등의 국가 전략 신흥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언하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이들 업종에 집중됐다. 11~15일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정유사 페트로차이나로 나타났다. 5일 만에 50만 8865달러(약 6억 780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2위는 중국 최대 에너지 종합 그룹 선화에너지, 3위는 바이오 기업 우시앱텍이 각각 차지했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제조하는 비야디(BYD), 닝더스다이(CATL)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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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양회에서 제시된 부양책이 기대를 밑돌았음에도 증시에는 우호적 변수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이 제시한 부양책 규모는 지난해 대비 15.6% 늘었다”며 “부처별 후속 대책까지 감안하면 부양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못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시도 반응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3084.93에 거래를 마치며 2월 초 저점 대비 14% 이상 올랐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중국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한 외국인도 지난달 들어 다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많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미국이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어서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해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가팔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부양책이 되레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를 역설적으로 웅변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샤르민 모사바르라흐마니 골드만삭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동산, 사회 기반시설, 수출 등 성장 기반이 약화해 중국 경제가 향후 10년간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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