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서 강조…”결점 직시해 민주주의 갱신해야”
조태열 “디지털 기술로 가짜뉴스·거짓정보 위협 증폭”
(서울=연합뉴스) 외교부 공동취재단 김효정 김지연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권위적, 억압적 정권이 민주주의와 인권 훼손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기술이 민주 가치와 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회식 발언에서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려면 포용적이고 권리를 존중하며 사람들의 삶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술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개최되는 장관급 회의에서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수단이 민주주의를 저해하지 않고 민주적 쇄신을 촉진케 할 방법을 논의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출범한 것은 “민주주의 거버넌스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인식 때문”이라면서 “강력한 정치적 개방 물결이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에 일었지만, 지난 20년간 민주주의는 후퇴했다”고 우려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갱신해야 한다. 불편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자신의 결점을 투명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전된 디지털 기술이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잘못된 용도로 사용될 때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 상업용 스파이웨어가 반체제 인사나 정치적 반대자 등의 탄압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대응 조처를 내놓고 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도 상업용 스파이웨어 오용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뒤이어 진행된 장관급 회의에서는 “온라인에서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고 완화하며 정당한 대응을 취하도록 IT 기업들에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지침(guidance)을 처음으로 오늘 발표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는 “AI 역시 민주주의가 도전을 받고 있는 핵심적 분야”라며 AI 기술 오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우리는 AI 및 다른 디지털 기술의 힘을 제어해 선한 목적에 사용하려 하지만, 일부 정권은 반대로 이를 남용하고 있다”며 안면인식이나 감시, 언론인·인권 옹호자·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위해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개회식에서 “지정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 세계는 민주주의 가치 후퇴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제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맹렬한 기술 혁신이 이런 현재의 역학관계에 “또 다른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며 “특히 AI와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영향을 끼치며 전례없는 기회와 만만찮은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디지털 기술이 민주적 참여를 증진하기도 하지만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 디지털 감시 위협도 증폭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리는 기술혁명 방향을 잘 조정해 후손을 위한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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