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꼽히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가 이달 말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3월 편입 가능성은 작게 보면서 9월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내 WGBI 편입을 추진 중인 정부는 외국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韓, 1년 반째 ‘관찰대상국’… 이달 말 편입 여부 결정
1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영국의 주가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Russell)’은 이달 31일 한국의 WGBI 편입 여부를 발표한다. FTSE는 WGBI에 편입되는 국채를 매년 3월 말과 9월 말 두 차례 공표하는데, 한국은 2022년 9월 편입 전 단계로 간주하는 관찰대상국 목록에 오른 후 줄곧 지수 편입이 불발됐다.
WGBI는 영국의 FTSE 러셀이 발표하고 있는 국채지수다. 블룸버그·바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 JP 모건 신흥국 국채지수 등과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로 분류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 멕시코 등 24개국 국채가 포함돼있으며, 추종 자금은 2조~2조50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수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 잔액 500억달러(약 66조7400억원) 이상 ▲국가신용등급 S&P기준 A- 이상(무디스 A3 이상) ▲시장접근성 레벨 2 등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FTSE는 관찰대상국 목록에 오른 국가가 기준을 충족했는지 확인한 후 편입 발표를 진행한다.
한국은 국채 발행 잔액과 신용등급 면에서는 기준을 충족했다. 국채 발행 잔액은 13일 기준 1144조원이며, 한국 신용등급은 S&P 기준 AA, 무디스 기준 Aa2(A3보다 4단계 높은 등급)이다. 그러나 접근성 측면에서 레벨1(일부 제한 상태)에 머무르면서 번번이 편입에 실패했다.
시장접근성은 외국인 투자에 불편이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불편이 없는 경우 레벨2, 일부 불편이 있는 경우 레벨1을 받는다. 한국은 ▲비거주자 조세 관련 부담 ▲외환시장 개방성 ▲글로벌 예탁기관 이용 편의성 등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WGBI 편입시 80兆 유입… 장기채 거래 늘어날 듯
한국은 WGBI 편입 등을 염두에 두고 그간 외환시장 거래제도를 개선해왔다. 지난해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 거래를 통해 얻는 이자와 양도소득에 비과세를 적용하기로 했고, 외국인투자자 등록제(IRC)를 폐지해 사전심사 없이도 장외거래를 할 수 있게 했다.
작년 2월에는 ‘외환시장 구조개선안’을 발표하고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단, 일정 요건을 갖춰 외환 당국에 외국 금융기관(RFI)으로 등록돼야 한다. 현재 오후 3시30분(한국시간)에 마감되는 외환시장도 런던시장 마감일인 익일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는 RFI 등록 및 개장시장 연장과 관련해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는 50조원에서 8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WGBI에 편입된다면 약 600억달러(78조8700억원)가 유입될 것으로 봤다. 기획재정부는 이보다 적은 50조~60조원가량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장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WGBI의 평균 만기는 9.6년으로, 한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이 매입한 채권의 평균 잔존 만기(7.1년)보다 길다. WGBI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의 잔존 만기에 맞춰 자산을 운용해야 하므로, 한국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이 10년물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 시장선 9월 편입 예상… 정부 “제도개선 속도 낼 것”
그러나 이번에도 한국이 국채지수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도입된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환시장 제도개선안도 올해 하반기에나 시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시범운영 중인 개장 시간 연장 조치도 올해 7월 정식 시행된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9월 편입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주요국들도 관찰대상국 등재 후 최종 편입까지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중국은 등재 2년만인 2021년 3월 WGBI에 편입이 결정됐으며, 실제 편입은 그해 10월부터 36개월에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인도와 스위스는 2021년 3월부터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번번이 편입이 불발됐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제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3월 WGBI 편입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6월 국채통합계좌 서비스 시행 이후인 9월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내 편입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3월 편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FTSE에서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WGBI에 편입되려면 정량적·정성적인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외환시장 건전화 방안 등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특히 투자자들이 국내 외환시장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므로, 외국계 은행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IR(투자자를 대상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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