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반도체와 장비 관련 지수·주가 움직임이 연일 ‘오락가락’ 양상이다. 한국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규제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4’ 개최를 앞두고 투심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구성된 ‘코스닥 반도체 지수’는 이달 2000중후반~2100초반 구간에서 전일 대비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코스피 상위주를 포함한 ‘KRX 반도체 지수’도 3900중후반~4000초중반을 오르내리다 마지막 3거래일 3900대 중반으로 미끄러졌다.
잘 나가던 반도체 업종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이 반도체장비 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하면서다. 정부는 지난 14일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미국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인정한 셈이 됐다. 한미간 논의 결과가 중국 수출 반도체 장비주 실적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 지수 포함 종목 다수가 첨단 반도체 기업의 공급망 생태계 구성원으로 글로벌 업황의 영향권 내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은 바이든 정부가 2023년 9월 규제 단서조항(가드레일)을 확정한 ‘반도체및과학법(이하 칩스법)’의 규제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칩스법의 규제를 받는 대신 60억 달러(약 8조원) 이상의 미 정부 보조금을 받아 현지에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부지 선정 등 투자 계획을 세워 미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반면 이들의 중국 생산 시설 투자는 사용 분야, 항목, 규모의 제한을 받게 된다. 수출이나 현지 공장·설비 투자와 연결된 협력사 주가도 함께 오르내리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 대선의 유력 후보로 등판한 점도 업계 불확실성을 키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 주가는 중장기 우상향 추세를 보여 왔지만, 트럼프 정부 당시 미중 무역갈등 심화 기간(2018~2020년)에는 저점을 찍거나 정체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국시간 기준 19일 엔비디아는 개발자 회의인 ‘GTC 2024’를 개최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글로벌 파트너들이 내놓을 소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의 HBM 메모리를 공급받고 AI 반도체 생산을 TSMC에 위탁하며 글로벌 AI 시스템 서버, 클라우드 업체와 협력해 전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이다. 황 CEO는 역대 이 행사 키노트에서 인텔 텃밭인 ‘서버용 CPU’를 직접 만들겠다, 생성 AI를 위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해 왔다. GTC에서 삼성전자는 ‘전력·성능 효율을 높인 CXL 기반 신형 아키텍처’와 ’12단 적층 36GB HBM3E’ 등 AI 연산 처리 성능을 높이기 위한 메모리 신기술을 소개한다. 이미 엔비디아에 HBM3E 메모리를 공급하며 기회를 선점한 SK하이닉스도 AI 시대 커지는 메모리 시장 전망과 후속 제품 개발 계획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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