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500대에 이르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이 엔진 화재 위험으로 리콜 대상에 올랐다고 로이터와 카스닷컴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4일 알려진 전기차 17만대 리콜 사태에 이어 ‘럭셔리’를 지향하는 제네시스까지 리콜 대상에 오르며, ‘품질 경영’을 강조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략에도 흠집이 갈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현대차가 오일 누출 가능성으로 인해 엔진실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어 차량 2만8439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 차량은 3.3리터 V6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된 2019∼2022 G70, 2017∼2022 G90, 2018∼2020 G80 일부 차량이라고 NHTSA는 전했다.
엔진 구성품이 고온에 노출되면 왼쪽 터보 차저 오일 공급 파이프가 균열돼 배기 매니 폴드로 오일이 누출되면서 엔진 화재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흰 연기, 타는 냄새 또는 기름 누출 등이 이 문제의 경고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리콜은 엔진 화재의 위험을 증가시킨 약 8000대의 2018년형 G80과 2017∼2018년형 G90에 대한 2019년형 이전 리콜을 대체한다. 이전 리콜에 따라 수리를 받은 차량도 이 업데이트된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딜러들은 왼쪽 터보차저 오일 공급 파이프를 무료로 교체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에서는 17만대에 가까운 현대차, 기아의 전기차가 리콜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 기아, 스텔란티스코리아, 테슬라코리아 등 4개 사의 12개 차종 23만2천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리콜에 돌입한다고 14일 밝혔다. 리콜 대상이 된 현대차·기아 전기차 16만9932대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ICCU는 배터리 충전, 전기차 전력 등을 제어하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곳곳에 전기를 공급하는 최상위 제어 ‘헤드 모듈’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이 문제는 지난해부터 현대차·기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력 상실’ 이슈로 불리며 논란이 돼 왔던 터라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아이오닉5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일정 시간 후 주행이 강제 종료됐으며 엑셀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등 운전자의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7월 증상이 발생한 13만여대의 전기차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무상 수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현대차·기아의 방침을 두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ICCU에서 발생한 순간 과전류 여부를 진단할 수 있겠지만, 이는 즉각적인 처방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오닉5, EV6 동호회 등에서는 “자칫하면 인명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리콜을 하지 않고, 무상수리로 때우려 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무상 수리 이후로도 전기차 모델의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오류 신고 사례는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현대차 ▲아이오닉5 12건 ▲아이오닉6 10건 ▲기아 EV6 3건 ▲제네시스 GV60 1건 등 총 26건의 ICCU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비공개 신고 건수까지 감안하면 30건가량의 신고가 이뤄진 셈이다.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된 전기차에 대해서도 이달 중 리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리콜 대수는 5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함이 처음 알려졌을 때 선제적으로 리콜 조치에 나섰어야 했다”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유럽 등 글로벌 시장보다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인 상황인데, 이번 일로 전기차 수요가 더욱 감소할 수 있어 걱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품질 경영에 타격이 우려된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는 것이 최고의 전력과 전술”이라며 “품질과 안전 등 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춰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 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품질과 안전에 대해 다른 어떤 것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정 회장은 ‘품질 제고’에 집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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