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을 앞두고 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다.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오는 21일부터 차례로 이사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 간담회도 앞두고 있어 선제적 배상을 결정하는 은행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이 잇달아 이사회를 연다. 21일은 국민·신한은행, 22일은 우리은행, 29일은 SC제일은행이 각각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 은행들은 이사회에 금융감독원의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큰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자율배상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 은행들은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꾸리로 금감원의 배상안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나 법원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기 전에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은행 이사회가 자율배상안을 조기에 승인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가 400억원에 그친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1200억원 ▲하나은행 2조700억원 ▲신한은행 2조3600억원 ▲NH농협은행 2조600억원 ▲SC제일은행 1조24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등이다. 우리은행이 금감원 배상안을 수용할 경우 배상금은 60억~1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오는 18일 이복현 원장과 은행장들의 간담회에서 조기 배상 의사를 밝히는 은행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최대한 신속하게 배상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통상 금융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대표 사례 선정부터 분조위 개최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 금감원은 다음 달 중 홍콩 ELS 분조위를 열기로 했다. 그만큼 조기에 분쟁 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판매 규모가 적은 우리은행이 선제적 배상에 나서 이런 금감원 방침에 화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은행권 홍콩 ELS 금감원 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었다.
금융권 한 임원은 “내부적으로 선제적 배상에 나서기보다 다른 은행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라며 “판매 규모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과 가장 적은 우리은행의 입장이 중요한데, 우리은행이 먼저 배상에 나서면 다른 은행은 조금 난처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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