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전라남도 순천시 웃장이 시끌벅적해졌다. 좁은 시장 길목이 순식간에 사람들로 꽉 찼다. “발밑에 가판 있어요 조심하세요!”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 국민의힘 선거 유세를 위해 전남을 찾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보려 모인 사람들이었다.
“누구여. 한동훈? 국민의힘?”
한 위원장을 둘러싼 인파가 지나가자 웃장 출구에 생선 가판을 깔아둔 한 노인이 관심을 보였다. 지난 80여 년간 광주에서만 살아온 김 모 할머니였다. 한 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묻자 김씨는 “국민의힘이고 민주당이고 나발이고 정치를 잘 혀야제잉”이라며 혀를 찼다. 지역구 정당인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드시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금껏 한 위원장이 방문했던 인천 계양산전통시장,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등과 비교하면 이날 웃장에 모인 사람들은 적은 축에 속했다. 다만 웃장 상인들은 몰려든 시민들을 보며 “보도 못혔제잉? 우째 이리 사람이 많당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상인은 “보수당 대표가 온다길래 사고가 있지는 않을까 솔직히 걱정했다”라며 “환영해주는 분위기가 더 강한 것 같아 다행이고 놀랍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과 국민의힘이 호남에 ‘진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아랫장 상인 간담회에서 한 위원장은 “호남에서 이번에 16년 만에 (국민의힘이) 전 지역에 후보를 냈다”라며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광주 8개 지역구 중 2곳에만 후보를 냈던 것과 대비된다.
한 위원장은 순천 웃장을 나선 뒤 오후 3시쯤 광주 충장로를 찾았다. 충장로 바로 건너편에는 5.18 민주항쟁 마지막 격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그는 “요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 때문에 저희 스태프들은 광주와 호남은 피하는 게 어떠냐고 내게 제안했다”라며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광주와 호남의 마음을 얻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태우 대구 중·남구 후보가 과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게 드러나며 일었던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결국 도 후보는 전날 저녁 공천이 취소됐다.
하루 전까지 5.18 관련 논란이 있었음에도 충장로 시민들은 한 위원장을 환대하는 분위기였다. 순천 웃장에 비해 2배 정도 되는 사람들이 한 위원장을 둘러쌌다. 곳곳에서 “한동훈! 한동훈”이라며 한 위원장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80세 여성 이 모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한동훈을 많이 지지한다”라며 “광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는데 광주도 많이 분위기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그를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한 50대 남성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한 위원장을 향해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여당 지지자들 몇몇이 해당 남성을 둘러싸며 말싸움을 벌였다. 한 20대 여성은 “한동훈은 광주에서 물러나라”라며 한 위원장을 향해 접근하려 했으나 경호원들에게 막히기도 했다.
충장로를 떠난 한 위원장은 오후 5시 30분쯤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해 유세를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이번 선거를 대한민국이 후진할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조국, 통진당 아류 같은 후진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것을 저희가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전북에서 저희를 선택해주셔야 된다”라며 “그래야 저희가 진짜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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