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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개정, 증시 밸류업 기대 vs 기업 부담 가중 우려

이투데이 조회수  

일 GPIF 운용자산 1.5조 달러…국내 연기금 역할론도 부각
“기업가치 노력 기업에 투자 비중 확대…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사실상 페널티”…기업 부담 우려도
“도입 여부만 판단해선 지속가능성 없어”
자유로운 기관 의결권 행사 등 본질 영역 해결해야

자료=금융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상황이다.”(재계 관계자)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따른 기관투자자의 참여로 증시가 부양될지 관심이 쏠린다. 반면, 경영권까지 간섭받을 수 있어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기관투자자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 기업의 자발적 주가상승 유도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4곳을 포함한 220개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상장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증시 부양 기대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내용 반영을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놓고 시장은 대체로 주가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연기금과 같은 대형 자산 소유자들이 해당안을 채택할 경우 이들로부터 자산을 위탁받는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밸류업 관련 사항을 이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하는 일본은 아베노믹스 당시 △시장환경 개선(거래소 시장 개편) △기업 재무체질 개선(스튜어드십 코드·기업지배구조 코드) △개인의 투자환경 조성(NISA 및 iDeCo 도입) 등 3개의 화살을 주요 시책으로 삼았다. 일본은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 성장 속도의 둔화 속에 세계 경쟁력에서 뒤처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도입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인 상장기업은 25%에 불과했으나 도입 1년 만에 33%로 증가했다. 2020년 기준으로 GPIF를 비롯한 285개 기관이 수용을 표명했다.

일본의 증시 부양책에서 공적인 연기금인 GPIF는 그 역할이 매우 크다고 평가받는다. GPIF의 작년 말 운용자산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977조 원)에 달한다. 100% 위탁 운용으로 일본 주식비중은 25%다. 일본 GPIF의 적극적인 위탁운용 정책으로 일본의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내 연기금의 역할론 역시 부각 중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작년 11월 말 운용자산 규모는 1036조 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141조 원 가운데 72조 원의 자산을 외부 전문 기관투자자의 위탁 운용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한 기업들 위주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투자를 안 하면 주가가 떨어지니 자율공시 노력을 할 것이고,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부담 커져” 우려의 목소리도

반면, 기업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을 상장사의 자율성에 맡긴다고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사실상 일종의 페널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같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주주환원과 경영권 방어 부담이 늘수록 비용 발생도 늘고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은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일반주보다 많은 의결권 부여)이나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두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밸류업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이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리자는 게 목적인데, 그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증시 부양 효과에만 치중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기관투자자들이 활용하고 있는지를 매분기 등 주기적으로 트래킹해 점수를 매긴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도입 여부만 판단해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도입만 따질 게 아니라 위탁 운용사들이 위탁 수탁자들에게 후속조치에 대한 점수를 매겨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체질 개선과 근본적인 시스템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대부분 은행, 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기업과 여러 이해관계가 많아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기관이 기업 경영에 주주권을 원활하게 행사하지 못하는 환경, 제도 등 본질적인 영역을 해결하는 게 더 시급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원칙이 제정된 2017년 이후 기업 지배구조 문제는 더 악화했다”며 “그 원칙들 중 하나의 규정을 조금 수정한다고 해서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상법 개정처럼 제도를 건드리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상속세 완화, 배당 외 다른 수단 금지 등 근본적으로 기업이 주가 오르는 것을 좋아할만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 개정 자체는 좋은데, 근본적인 부분을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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