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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천사와 악마 싸움터 아니다” 이강인 발탁 공개적으로 지지한 ‘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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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선발명단이 발표된 이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글 하나가 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핵심 멤버인 손흥민(왼쪽)과 이강인(오른쪽). / 손흥민 인스타그램, 이강인 인스타그램

바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SNS 글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황선홍 감독을 신뢰하며 지켜보자”라며 긴 글을 남겼다. 그는 “여전히 이강인 선수의 태도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강인 선수에 대해 ‘인성이 단체 경기에 부적합하다’며 선발에 반대하기도 했다”며 “이런 입장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저는 황선홍 감독의 입장을 성원하고 지지를 보낸다. 황선홍 감독의 결정이 우리 국민에게 지난 아시안컵의 갈등이 화해로 마무리된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황선홍 감독의 화해 용병술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킨 이강인 선수에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배제라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제가 더 간절히 보고 싶은 것은 다른 장면”이라며 “천사들이 모인 공동체에서도 갈등과 다툼은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고 없음이 아니다. 갈등과 다툼을 어떻게 풀어 화해하는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뉴스1

또 “저는 세상은 천사와 악마의 싸움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천사에게도 악마의 속성이 30퍼센트쯤은 있고, 악마에게도 천사의 속성이 30퍼센트쯤은 있기 마련이다. 악마의 속성이 자라나면, 천사도 악마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천사의 속성을 잘 북돋우면, 악마도 천사처럼 행동할 것”이라며 “이처럼 우리의 내면에 있는 좋은 속성을 제대로 싹 틔우고, 나쁜 속성을 성찰하여 제어하도록 하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 하여 포기한다면, 교육하는 자세가 아니다. 인간의 인성이 고정돼 있다고 믿는다면, 교육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시시비비는 제대로 가리되, 반성과 용서, 그리고 우정의 선순환 역시 강화해야 한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용서하여 화해하고, 보다 우정어린 관계로 나아가는 경험이 쌓일 때, 우리 교육공동체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감독. / 뉴스1

그는 “이는 꼭 교육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 역시 적대와 혐오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불의를 미워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일은 정의롭다. 하지만 이는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일 때만 정당하다. 적대와 갈등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미 벌어진 갈등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 역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갈등의 상처와 앙금을 씻고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모든 리더의 책무다. 황선홍 감독의 결정을 성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축구 전문가도 아닌 제가 자꾸 말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저는 축구광이다. 저는 축구를 계기로 우리 미래세대들이 만들어 갈 한국 교육과 한국 사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태국과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1차전을 가진다.

조희연 교육감. / 뉴스1
다음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13일자 SNS 전문이다.

황선홍 감독을 신뢰하며 지켜보자

손흥민 선수가 이강인 선수와 어깨를 건 사진을 자주 떠올립니다.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본선 기간에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의 지도를 거부하고 갈등을 일으켰다가 큰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사과했지만, 더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가 머물던 영국 런던으로 찾아가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손흥민 선수는 따뜻하게 용서하고 포용했습니다.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가 어깨를 건 사진은 그 순간을 담은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손흥민 선수의 넓은 포용의 자세에 감탄했습니다. 저 역시 ‘우리의 캡틴에 대한 성원’을 보냈습니다. 치열한 갈등의 현장에서도 화해와 포용의 꽃이 피어나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황선홍 감독이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듯, 이강인 선수가 포함된 명단입니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2연전을 통해 다시 하나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여전히 이강인 선수의 태도에 대해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시안컵 당시 갈등의 여진이 남아있으리라는 말도 나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강인 선수에 대해 “인성이 단체 경기에 부적합하다”며 선발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황선홍 감독의 입장을 성원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황선홍 감독의 결정이 우리 국민에게 지난 아시안컵의 갈등이 화해로 마무리된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황선홍 감독의 화해 용병술을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이강인 선수에게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배제라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더 간절히 보고 싶은 것은 다른 장면입니다. 천사들이 모인 공동체에서도 갈등과 다툼은 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있고 없음이 아닙니다. 갈등과 다툼을 어떻게 풀어 화해하는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강인 선수가 나름대로 진지한 사과를 하고 우리의 손흥민 캡틴이 화해의 손을 내밀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마당에, 다시 그 상처를 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황선홍 감독이 화해와 포용에 바탕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제가 황선홍 감독에 대해 그의 화해의 리더쉽을 지켜보고자 하는 것은, 아시안컵 사태를 아름답게 관리하지 못한 클리스만의 실패한 리더쉽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며, 아시안컵 이후 한국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을 멈추는 것과도 다릅니다.

저는 세상은 천사와 악마의 싸움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천사에게도 악마의 속성이 30퍼센트쯤은 있고, 악마에게도 천사의 속성이 30퍼센트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악마의 속성이 자라나면, 천사도 악마 같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천사의 속성을 잘 북돋우면, 악마도 천사처럼 행동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내면에 있는 좋은 속성을 제대로 싹 틔우고, 나쁜 속성을 성찰하여 제어하도록 하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라 하여 포기한다면, 교육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인간의 인성이 고정돼 있다고 믿는다면, 교육 자체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이강인 선수도 아시안컵 당시의 갈등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숙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제 생각이 자칫 오해를 부를까 걱정도 듭니다. 다툼이 있을 때 시시비비를 엄격히 가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해 사실을 무작정 덮어두자는 취지도 아닙니다. 가해자가 제대로 반성하지 않았는데,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옹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물론 우리 역사에선 가해자의 적반하장 행태가 횡행했던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는 다른 역사를 쓰며 살아가야 합니다.

시시비비는 제대로 가리되, 반성과 용서, 그리고 우정의 선순환 역시 강화해야 합니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용서하여 화해하고, 보다 우정 어린 관계로 나아가는 경험이 쌓일 때, 우리 교육공동체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꼭 교육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 역시 적대와 혐오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불의를 미워하고 그에 맞서 싸우는 일은 정의롭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일 때만 정당합니다. 적대와 갈등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 이미 벌어진 갈등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 역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갈등의 상처와 앙금을 씻고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모든 리더의 책무입니다. 황선홍 감독의 결정을 성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합니다.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우리는 과연 민주공화국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되묻게 됩니다. 민주에 대해선 철저했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헌신과 희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조차 공화의 가치에 대해선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인 진영 논리는 그 결과일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 안에서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으려면, 적대를 넘어 공존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저는 공존의 교육으로 공존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시민께 드리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입장이 다른 상대와 치열하게 갈등하면서, 또 화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익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자라서 만들어 갈 대한민국은 민주와 공화의 가치가 모두 실현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축구 전문가도 아닌 제가 자꾸 말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저는 축구광입니다. 저는 축구를 계기로 우리 미래세대들이 만들어 갈 한국 교육과 한국 사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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