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범위를 0~100%로 제시하면서 은행권의 배상 예상액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실제 배상 수준을 결정할 책임 떠안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를 많이 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고객 배상 시뮬레이션에 한창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배상 비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은행권이 자율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배상 수준을 바탕으로 추후 최고경영자(CEO) 징계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를 정하겠다며 적극적 배상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당국이 은행권 ELS를 100% 불완전판매로 규정함에 따라 상품 판매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징벌적 과징금이 최대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과징금은 경감 될 수 있어, 자율배상을 유도하는 당국의 ‘압박 카드’가 될 전망이다.
은행권의 배상 예상액은 배상비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SK증권 추산에 따르면 평균 배상 비율을 20%로 가정할 경우 은행권 부담액은 1조원에 약간 못 미친다. KB국민은행 5100억원, 신한은행 1600억원, NH농협은행 1500억원, 하나은행 900억원, 그 외 500억원 순이다.
배상 비율이 평균 50%로 높아지면 부담액은 2조 4200억원까지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은 1조 28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권은 후한 배상에 나설 경우 CEO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자율 배상에 나서는 건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올해나 내년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 주주 배당액 감소도 불가피하다. 이 경우 CEO의 관리 소홀로 주주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될 금감원 자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도 중요 변수다. 분조위 조정 결정과 성립 사례가 은행권 자율 배상안의 이정표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분조위 조정 성립까지는 3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해 올 하반기는 돼야 첫 배상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