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감독 비난…”이스라엘 전쟁은 정당방위…홀로코스트 언급은 수치”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단체가 올해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비판한 유대인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항의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국 홀로코스트생존자재단(HSF)은 1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섀스터(94) 회장 명의로 HSF 홈페이지에 이 서한을 게시했으며, 여기에는 이 단체 임원 10여 명도 서명했다.
섀스터 회장은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아우슈비츠 지옥에서 3년 가까이, 부헨발트 지옥에서 1년 가까이 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나는 지난 일요일 밤 당신이 오스카 시상식 연단에서 무고한 이스라엘인에 대한 하마스의 광적인 잔인성과, 이에 맞선 이스라엘의 어렵지만 필수적인 정당방위(self-defense)를 동일시하는 것을 괴로운 마음으로 봤다”며 “당신의 발언은 사실에 비춰 부정확하고 도덕적으로 옹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글레이저 감독은 지난 10일 제9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국제영화상을 받은 뒤 무대에 올라 “우리는 지금 그들의 유대인성(Jewishness)과 홀로코스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분쟁으로 이끈 점령에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로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희생자들이든,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든, 모두 이런 비인간화의 희생자들”이라며 “우리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섀스터 회장은 “당신이 말하는 ‘점령’은 홀로코스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유대인의 존재와 이스라엘 땅에서 살 권리는 홀로코스트보다 수백 년 앞선 것으로, 오늘날의 정치·지리적 상황은 유대인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과거 아랍 지도자들이 일으킨 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어 “당신은 홀로코스트 영화를 만들어 오스카상을 받았고, 유대인이다”라며 “하지만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한 150만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600만명의 유대인을 대변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수치스럽다”고 했다.
또 “당신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데 아우슈비츠를 사용한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앞서 미국의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 역시 지난 11일 소셜미디어에 “글레이저의 발언은 가장 끔찍한 종류의 테러리즘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 사는 수용소 지휘관 가족의 일상을 통해 수용소 내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만행의 잔혹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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