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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관측과 BOJ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통화 완화 종료)이 엇갈리면서 엔화가 빠르게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역대급 활황’에 뭉칫돈을 들고 일본 증시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바뀐 장 분위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J는 다음 주나 4월 중 단기금리를 –0.1%에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일본 현지 매체 사이에서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종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재정금융위원회의에서 “일부 통계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상이 언제 본격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블룸버그가 이날 시장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인하 시점을 3월로, 54%는 4월로 답했다.
현지 매체들은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이번 주 공개될 주요 기업의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BOJ는 ‘임금 인상을 수반한 2%대 물가 상승’을 금리 인상의 전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넘게 목표치인 2%를 넘긴 상태다.
변수는 인플레이션을 뒷받침할 임금 인상으로, 업계에서는 13일 공개되는 대기업 인상률 발표와 15일 나오는 노조 측 집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 최대 노조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산하 노조들이 올해 임금협상에서 평균 5.8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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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이른 금리 인상설에 닛케이지수는 역대 최고점을 찍자마자 하락세로 돌변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지난해 10월 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인 2.19%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0.06%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앞서 지난달 15일 3만 8157을 기록해 ‘버블(거품) 경제’ 당시 역대 최고점을 34년 만에 경신한 바 있다. 이후 이달 4일까지 4만 109.23을 달성하며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뭉칫돈을 들고 일본 증시에 뛰어들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액은 40억 9002만 달러(5조 3662억 원)로 2011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간 엔화 평가절하 속에 혜택을 받던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한 것도 심상치 않다. 이날 혼다자동차는 2.36% 하락했고 도쿄일렉트론이 1.72%, 도요타자동차가 0.66% 떨어졌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엔·달러는 이달 초 150엔에서 이날까지 147엔대까지 떨어졌다. 앞서 7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의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쏠린 영향도 컸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증시의 불안정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엔·달러 환율과 일본 증시 움직임의 상관관계가 0.8~0.89였을 정도로 엔화 약세가 일본 증시의 큰 상승 동력이었다”며 “일본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증시의 흐름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주식시장에서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조기 수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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