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 ‘엑시노스’ 시리즈의 부활을 꾀한다. 지난해 신제품 공백으로 실적이 급감했지만 올해 들어 프리미엄(고급형)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 제품까지 대거 엑시노스를 탑재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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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인도에서 엑시노스를 탑재한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35’와 ‘갤럭시 A55’를 공개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에 순차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출시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국내 가격은 각각 50만 원대, 60만 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35는 대만 미디어텍의 보급형 AP를 탑재했던 전작 A34와 달리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1380’를 장착했다. 전자기기 성능측정 사이트 ‘긱벤치’와 외신에 따르면 이 AP의 벤치마크(성능점수)는 멀티코어(다중작업) 기준 전작보다 13% 개선된 2897점이다. A55 역시 전작보다 10% 이상 향상된 ‘엑시노스1480’을 탑재했다. 멀티코어 3090점이다.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들어가 이미지 처리 성능을 크게 향상됐으며 중저가폰으로서는 넉넉한 12GB램의 메모리가 지원된다. 두 제품 모두 6.6인치 크기와 120Hz 주사율의 화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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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두 제품에 앞서 이보다 저렴한 ‘갤럭시 A25’와 프리미엄폰 ‘갤럭시 S24’, 더 거슬러가면 지난해 말 ‘갤럭시 S23 팬에디션(FE)’까지 모두 엑시노스 시리즈를 채택했다. S24의 전작 S23은 퀄컴 ‘스냅드래곤’, A25와 A35의 전작들은 미디어텍 AP가 들어갔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AP를 담당하는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 개선이 절실해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경쟁 AP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과 매출 성장을 이룬 반면 엑시노스만 각각 48%, 4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엑시노스2200’의 성능 논란으로 지난해 S23에 넣었어야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공백을 딛고 올해 1월 ‘엑시노스2400’을 탑재한 S24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데 이어, 중급 AP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중급 AP를 얹어 팔 중저가폰 갤럭시A는 여전히 갤럭시폰 판매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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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에서 스냅드래곤의 자리까지 엑시노스로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외신 샘모바일은 IT 팁스터(정보유출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내년 ‘갤럭시 S25’에는 전량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S24 최상위 모델 ‘울트라’만큼은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선택했다. 샘모바일은 그 근거의 하나로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엑시노스의 성능 최적화를 전담하는 팀까지 구성했다고도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월드(MWC) 2024’에서 프라이빗 부스(비공개 전시관)를 꾸리고 엑시노스2400의 개량 버전을 전시하기도 했다. 스태빌리티AI의 이미지 모델 ‘스테이블디퓨전’을 탑재하고 AI 경량화 전문 기업 노타의 기술을 접목해 1초대인 이미지 생성 시간을 업계 최저인 0.7초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2월 26일자 3면 참조 ‘[단독] 글 쓰면 0.7초만에 이미지 생성…삼성 엑시노스 AI, 퀄컴 맞먹어 [MWC 2024]’
한편 AP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파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실적에도 갤럭시A 신제품의 역할이 크다. 증권가의 낙관적 전망으로 S24는 올해 3600만 대, 폴더블폰 신제품은 2000만 대나 팔릴 것으로 기대되지만 삼성전자의 연간 출하량인 2억여 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나머지 중저가폰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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