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이 넘는 전공의가 환자 곁을 떠난 지 4주차에 접어들었다.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현장에 남은 인력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빅5’ 교수까지 집단행동을 본격화한 모습이다. 이번주 의료대란이 더 악화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합리적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는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역시 오는 14일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들은 교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전의교협은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면허 정지 처분 등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의대 교수들은 강의와 함께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겸임을 해제하면 진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성균관대) 교수들 역시 현 사태에 대한 논의 자리를 마련한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번 주 중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 등에 머리를 맞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해 교수들이 집단행동 등을 포함해 어떻게 대응할지, 향후 어떤 의견을 낼지 등 향후 대책에 대해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 집단행동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연세의대 교수협은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지난 7일 회의를 열고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당장 사직하고 환자를 떠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의 설명이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조짐이 있는 데 대해 대화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의료체계 정상화방안을 교수들과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료 현장에서 국민들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데 의대 교수들까지 그렇게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공의 보호를 위해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병원들은 수술 취소 등 진료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 의료현장에 남은 교수와 전임의, 간호사 등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라고 의료계는 입을 모은다. 사태 장기화로 인해 의료진은 소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증질환자연합회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에 나선다. 이에 따라 내달 10일까지 한 달간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온라인과 지하철역·기차역·번화가·병원 등 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이들은 “의사단체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진료 파행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들의 절대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해법을 제시하고,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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