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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활을 선언한 미국 인텔이 잇달아 1㎚(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공정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파운드리 공정에서 기술 발전 로드맵을 한 박자 앞서 제시하면서 2위인 삼성전자를 제친다는 전략이다. 2나노 공정부터 1위 TSMC와 본격적으로 경쟁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광학회 ‘SPIE 2024’에서 1.4나노(14A)급 파운드리 공정의 스펙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연사로 나선 앤 켈러허 인텔 수석 부사장은 “14A로 만든 칩은 1.8나노(18A)급 공정보다 와트당 성능이 15% 이상 높아진다”면서 “14A에서 5% 성능을 끌어올린 ‘14A-E’ 공정의 경우 18A 대비 칩 집적도가 1.2배나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4나노에는 하이-NA 극자외선(EUV) 장비가 최초로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지난달 말 처음으로 주최한 ‘다이렉트 커넥트 2024’에서 자사 파운드리 로드맵을 소개하며 14나노 공정을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양산 제품의 구체적 특성을 대외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양산을 3년이나 남겨두고도 명확한 공정 특성을 이미 확보해 시장에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현재 삼성은 2나노 공정 제품을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공격적인 차세대 공정 확보는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인텔은 2021년부터 ‘IDM 2.0’이라는 전략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 재개에 나선 뒤 2030년 내 2위 삼성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이 “다시 실리콘을 실리콘밸리로”라는 기치 아래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위협적인 대목이다. 이미 인텔은 1.8나노 공정의 첫 고객으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받아들였으며 이들과 150억 달러(약 20조 원)의 칩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의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 시장에서 인텔을 앞세운 아메리카 제국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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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에서 잇달아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 로드맵을 과시하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은 메모리 1위를 유지하면서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써왔는데 인텔(파운드리)은 물론 마이크론(메모리)까지 가세하면서다. 여기에 미국 정부도 보조금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우회 압박하면서 환경이 더 악화하고 있다.
7나노 공정 이후 파운드리를 사실상 포기했던 인텔이 앞세운 무기는 ‘하이-NA 극자외선(EUV)’ 기술이다. EUV 노광 기기 내 렌즈의 크기를 키워 회로를 더욱 선명하게 찍어낼 수 있는 기술인데, 인텔은 ASML이 독자 생산하는 하이-NA EUV 기기를 삼성·TSMC 등을 제치고 공급받아 1.4나노급(14A)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인텔은 지난달 말 열린 광학기기 관련 학회에서 “하이-NA EUV의 공정 효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파워 비아’라는 후면 전력 공급 장치를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도자기조립(DSA) 등 첨단 기술이 차세대 노광 분야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들은 모두 삼성전자와 TSMC가 시도하지 못한 것으로 향후 파운드리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메모리 역시 미국의 도전이 거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메모리로 손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8단 5세대(HBM3E) 제품을 경쟁사보다 먼저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 칩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의 최상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탑재된다고 밝혔는데 삼성전자보다 빠르다.
미국 주요 소재·부품·장비 회사들도 의기투합해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자국 내에서 연구개발(R&D) 역량을 극대화한다. 업계에서는 인텔·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들과의 장비 생태계 형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까지 자국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SIA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장비 수출규제 대상에 자국 회사뿐 아니라 일본·한국·대만·이스라엘·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의 장비 업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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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텔·마이크론을 선봉으로 한 미국 연합군의 합동 공세에 밀리는 사이 미국 정부도 우회 사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주겠다고 약속한 28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통해서다.
보조금 자체는 물론 기업들에 유리한 조치다. 삼성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3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각종 인건비와 자재비가 50% 이상 뛰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과 비교해 약 80억 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약속한 보조금은 전체 투자비의 최대 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초기 투자 비용(173억 달러)을 고려하면 대략 3조 4000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SMC가 확약받았다고 알려진 최소 50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적자 등으로 현금 흐름에서 마이너스가 나타나기 시작한 삼성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 보조금을 미끼로 삼성에 추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삼성이 보조금 증액을 위해 추가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에 한마디로 판돈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반도체법에 달아놓은 각종 경영 정보 공개 조항도 미래에 어떤 독소 조항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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