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초비상’…귤 78%↑
과일값 고공행진 장기화 우려
정부, 비상수급대책반 가동중
국민 과일 ‘사과’ 수입 어렵다
마트 찾은 소비자 ‘한숨’만 가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남모(34)씨는 마트에 가면 사과 코너를 지나친다. 평소에 자주 구매하던 과일이었으나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남씨는 “개당 4000원이 넘는 사과를 보면 손이 가질 않는다”며 “정부가 지원한다는 먹거리 물가안정 대책이 어디에 나타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과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0.6% 올랐다. 32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채소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2.2% 올랐다.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지난해 중순부터 ‘금값’이 된 과일 가격이 여전히 치솟은 모습이다. 귤(78.1%)과 사과(71.0%), 배(61.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등 ‘국민 과일’로 불리는 과일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과실 품목 19개 중 가격 하락한 품목은 할당관세가 적용된 망고(-10.5%)와 아몬드(-2.0%)뿐 일부였다.
채소 가격 고공행진은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작황이 나빠진 영향이다. 대파 주요 산지인 전남 신안 지역 등지에 폭설 등 영향으로 대파 공급이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채소·과일은 세계적으로도 비싼 수준이다. 국제 가격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사과 1㎏ 가격은 11일 기준 7.03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감자와 바나나 1㎏ 평균 가격도 각각 3.98달러, 3.51달러로 가장 비쌌다.
쇠고기(32.84달러), 양파(2.98달러)는 ㎏당 가격이 두 번째로 높았다. 다만 농식품부는 넘베오 자료가 공신력이 부족하다며 국가별 농산물 가격을 비교하는 지표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 400억원 예산 투입…3월 개선 전망
정부는 대체 과일 수입을 확대하고 농축산물 할인에 나섰다. 과일·채소 등 할인지원 예산도 대폭 늘려 지원 품목을 확대하고 전·평년 대비 30% 이상 가격이 오른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할인율도 최대 40%가 적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까지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 204억원에 할인지원 230억원까지 모두 434억원을 투입한다. 국내 공급이 부족한 과일·채소는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해외 공급을 확대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오렌지·바나나를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만다린(관세율 50→10%, 500t), 두리안(관세율 45→5%, 1300t), 파인애플주스(관세율 50→10%, 수입전량)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파는 봄대파가 출하되는 5월 이전까지 할당관세 물량을 3000t 추가한다. 건고추는 저율관세율할당물량(TRQ) 비축분 760t을 방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폭등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존 수급상황실을 ‘비상수급안정대책반’으로 개편해 가동한다. 매일 과일과 채소류 등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고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물가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에 따르면 3월 이후에는 기온이 상승하고 일조량이 늘어나는 등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출하지역도 확대돼 시설채소를 중심으로 농산물 수급 상황이 2월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축산물도 소·돼지·닭고기의 안정적인 수급상황이 유지되고, 계란도 산지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과‧배는 저장량 부족으로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물가 급등의 선봉장인 사과 대체 수입 과일이 없어 가격 안정세로 뒤바뀔 효과는 미지수다.
‘사과’ 수입 어렵다…“병해충 유입 땐 큰 피해 발생”
사과 가격이 크게 오르자 검역 협상을 통해 수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는 검역 문제 등으로 당장의 수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실류 등 수입은 국제식물보호협약(IPPC),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협정 등에 근거한 과학적 증거(Scientific evidence)에 따라 시행한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검역 전문가들이 수입금지 품목에 대한 병해충 위험을 평가하고,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 8단계로 운영한다.
사과는 현재 외국산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진전을 보이는 곳은 일본(5단계)이다. 다만 1992년 요청에 따라 32년이 지났으나 위험관리방안 작성에 머물러 있다. 뉴질랜드·독일 3단계, 미국 2단계,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중국·이탈리아·포르투갈·아르헨티나 등은 아직 1단계다.
농식품부는 전날 ‘과실류 등 수입위험분석 절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품목 특성, 수입국과 수출국의 병해충 분포 상황, 상대국 반응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므로 소요기간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역당국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검역 절차를 생략하거나 무시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래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타 작물 피해 확산, 방제비용 증가 등으로 농가 피해가 불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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