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대상으로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주 호주대사로 임명됐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10일 취재진을 피한 ‘몰래 출국’으로 지탄 받고 있지만, KBS 뉴스는 이를 세 줄 단신으로 보도했다. 지상파·종편을 막론하고 이를 단신 처리한 건 KBS ‘뉴스9’가 유일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인 이 전 장관은 4일 호주대사로 임명돼 5일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8일 그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사 신임장 원본도 받지 않은 채 호주로 출국했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본인을 기다리는 여러 언론사 취재진을 피해 예상보다 일찍 출국 절차를 마쳤다고 전해진다. 이 전 장관 출국을 저지하겠다며 공항에서 피케팅 시위와 기자회견에 나선 야당 의원들도 그와 마주치지 못했다.
KBS ‘뉴스9’는 이 전 장관 출국을 22초짜리 세 줄 단신으로 배치했다.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오늘 호주 출국> 제목의 기사에서 KBS는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임명 6일 만인 오늘(10일) 저녁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그제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지 이틀 만이다. 이 내정자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수사로 출국 금지된 상태에서 주호주 대사에 내정돼 논란이 됐다”고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는 주요 방송사들이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 전 장관 출국을 주된 소식으로 다루며 야권의 반발 등을 전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날 유일하게 이 전 장관 출국 모습을 촬영한 MBC는 1, 2번째 리포트를 통해 이 전 장관 대사 내정을 둘러싼 쟁점을 보도했다. SBS ‘8뉴스’는 3번째 리포트 <이종섭, 논란 속 호주 출국…민주당 “해외 도피” 반발>에서 이 전 장관이 신임장 원본을 받지 못했기에 그 사본을 주재국에 제출한 뒤 임무를 수행하게 될 거란 설명과 여야 반응을 전했다.
종편의 경우 JTBC ‘뉴스룸’은 첫 번째(리포트), 채널A ‘뉴스A’는 6번째(취재기자 현장 중계), TV조선 ‘뉴스7’도 6번째(리포트) 순서에서 이 전 장관 출국을 보도했다.
JTBC ‘뉴스룸’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오늘 출국…”피의자가 도피” 야권 비판> 기사는 이 전 장관 출국 일정에 대해 “개인 동선의 문제”라며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힌 외교부 입장을 보도했다. TV조선 ‘뉴스7’의 경우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이종섭, 호주로 출국…野 “핵심 피의자 빼돌려”> 기사에서 국민의힘이 이 전 장관에 대한 야권 비판을 ‘정쟁’으로 규정했다면서도 “다만 당내에선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대사로 발탁한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KBS ‘뉴스9’는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권 낙하산’ 의혹을 받는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이후 정권 비판적 보도를 축소하고 있다. 최근의 ‘입틀막’ 비판을 야기한 지난 1월 대통령경호처의 야당 의원(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진압 논란 당시에도 지상파 3사·종편 4사 중 KBS만이 이를 세 줄 단신으로 처리했다. 카이스트(KAIST) 졸업생인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졸업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끌려나간 일이 알려진 지난달 18일 ‘뉴스9’도 이를 단신으로 보도했다. 반면 지난해 윤 대통령이 영국에 국빈 방문해 의전을 받는 현장은 이례적으로 5분36초간 생중계해 소위 ‘땡윤 뉴스’ 비판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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