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경쟁 속에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짭짤한 보조금 수익을 올리고 있다. TSMC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보조금을 받으면서 반도체 경쟁에 따른 주요 수혜자로 올라선 모습이다.
TSMC는 지난 7일 2023회계연도 연결재무제표에서 작년 한 해 일본과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으로 약 475억5000만 대만달러(약 2조원)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보조금 규모가 전년(약 70억5000만 달러)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보조금은 부지 매입과 반도체 설비 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TSMC는 전했다. 현재 TSMC는 중국 난징 공장에서 16,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소니 등과 합작해 설립한 JASM의 구마모토 제1공장이 지난달 24일 개소식을 가졌다. 이는 일본 내 최첨단 웨이퍼 생산 공장으로, 올해 말부터 양산을 개시할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설비 수출 제한 조치 등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의 중국 내 기존 공장 운영 및 확장은 허용하고 있다.
이 밖에 TSMC는 미국에서도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애리조나 공장 건설과 관련해 50억 달러(약 6조5850억원) 이상의 연방 보조금을 수령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강화를 목표로 2022년 제정된 반도체과학법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 투자에 총 28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까지는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의 미국 자회사와 미국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및 글로벌 파운드리 등만 보조금 수령을 확정 지었다. 삼성, 인텔 등도 보조금을 신청한 가운데 정확한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전망이라고 관계자들은 블룸버그에 전했다.
따라서 TSMC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됐다. 앞으로 받을 보조금도 상당하다.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제1공장에 4760억엔의 보조금을 배정한 데 이어 제2공장에는 훨씬 늘어난 732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TSMC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에 올해 말께 제2공장 착공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독일 정부는 TSMC가 계획 중인 드레스덴 공장에 최대 50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미·중 반도체 경쟁과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 주요 국가들이 저마다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TSMC는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TSMC는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차질에 대한 대비책으로 대만 이외 지역을 대상으로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TSMC가 파운드리 시장 대부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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