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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 20일째…전국 병원 의료공백 여전

연합뉴스 조회수  

부산대·울산대병원은 비상 경영…강원도는 병원에 재난기금 투입

내일부터 전국 병원에 공중보건의 투입…각 지자체서 차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전망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전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20일째인 10일 전국 대학병원에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수술·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경영 상황이 나빠져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간 병원이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병원에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는 사례도 나왔다.

정부는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최근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에 나선 데 이어, 오는 11일부터 4주간 전국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공의 전용공간
전공의 전용공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공의 집단사직 20일째…전국 의료공백 여전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사직에 나선 지 3주가 되어 가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전국 병원의 의료 공백은 여전한 상황이다.

부산대병원은 전공의 246명 중 216명(87%)이 사직하고, 이달부터 출근이 예정됐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충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에서도 전공의 대다수가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강원과 대전·충남, 경기남부, 인천 지역에서도 전공의들 사이에 별다른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공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는 등 의료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70%대에서 40%대로, 전북대병원은 수술실 가동률이 평소의 30∼50%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주대병원은 최근 병상 가동률이 30∼40%대에 머물고 있다.

인천 지역에서는 응급실 일반 병실의 28.0%, 격리 병상의 25.7%만 가동 중이다.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호흡기내과 입원이 불가능하고, 대전성모병원 응급실은 이날 안과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천안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가 줄고, 교수들이 지쳐가고 있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만 진행해 건수가 평소의 반토막 이하”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주요 병원 병동 축소 운영
전공의 집단 사직에 주요 병원 병동 축소 운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수술·진료 줄며 일부 병원 ‘비상경영’…지자체는 재난기금 지원

전공의 사직으로 입원·진료 건수가 줄어든 대학병원 일부는 비상경영에 나섰다.

부산대병원은 전날 오후 비상경영체제 2단계를 선포하며 기존 비상경영체제 1단계에서 한단계 더 끌어 올렸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건수와 병상 가동률 감소로 이번 달에만 100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병원도 지난 8일 사내 소식지에서 전공의 부재에 따른 경영악화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울산대병원은 휴가 사용 촉진과 무급휴가 도입, 연장근로 제한 등과 함께 병동 통합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는 경영악화로 일부 병원에 임금체불이 우려되는 데 따라, 지역 대형병원 4곳에 재난관리기금 8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현 사태가 ‘보건의료재난’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재난관리기금으로 대형병원을 긴급 지원하는 것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이다.

강원도 대형병원 긴급지원금은 이탈한 전공의를 대신해 잦은 당직으로 진료를 유지하는 의료진에 대한 당직 수당 등으로 사용된다.

전공의 이탈에 중형병원 주목
전공의 이탈에 중형병원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턴·레지던트 등 수련과정을 모두 마친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형병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종합병원에서 이동하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들. 2024.3.10 dwise@yna.co.kr

◇ 정부, 전국에 공중보건의 파견하고 중증·응급 진료 보상 강화

정부는 내일(11일)부터 전국 지자체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전국 20개 의료기관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역 내 10명 이내의 공중보건의를 분당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상급종합병원 5곳 중 일부 병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지만, 의료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우기 위해 최대한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11일부터 부산대병원에 공중보건의 9명을 긴급 투입한다.

정형외과 소아과, 마취과, 외과 전문의 4명과 일반의 5명이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는 지역 대부분이 의료 취약지에 해당하며 공공의료기관은 공중보건의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해, 도내에 적정한 공중보건의사 배치를 건의했다.

제주도는 도내 공중보건의 5∼6명을 제주대병원과 제주한라병원에 배치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정부는 이외에도 지난주 결정한 예비비 1천285억원을 신속 집행하고, 건강보험에서 매월 1천882억원을 중증·응급환자 진료 보상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발언하는 조규홍 장관
발언하는 조규홍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10 yatoya@yna.co.kr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를 공격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장에서 밤낮으로 헌신하시는 분들을 공격하고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영 강영훈 차근호 이강일 최은지 나보배 김형우 이상학 정다움 김호천 장지현 기자)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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