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반도본부장→전략본부장 바꾸면서 다른 업무도 겸임
미국은 부차관보급 대북고위관리…중국 대표는 한미와 협의 소극적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핵 대화가 장기간 중단된 가운데 한미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북핵대표 직책이 잇따라 변화를 맞고 있다.
여기에 중국, 러시아도 북핵대표가 있긴 하지만 한미일과 협의에 소극적이다 보니, 응집력이 떨어진 한반도 주변국의 북핵 대화 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외교부는 2006년부터 운영해온 한반도 문제 담당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외교전략정보본부’로 바꾸고 외교전략·정보·국제안보 기능까지 관할하도록 한다는 조직개편안을 지난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이 맡아온 한국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 역할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하게 된다.
현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자리는 김건 전 본부장의 국민의힘 영입으로 공석이며, 차석대표인 북핵외교기획단장(국장급)이 대행하고 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수석대표를 맡던 것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이 그대로 그 역할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종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보다 업무 범위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차이다.
인도·태평양 전력이나 군축·비확산, 외교정보 분석까지 맡게 되는 만큼 이 업무를 다루는 외국 당국자들과의 협의에도 본부장이 카운터파트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문제는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의 ‘여러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되는 셈이어서 집중도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 북핵 수석대표 자리에도 최근 변화가 있었다. 성 김 전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말 은퇴하면서 부대표이던 정 박이 ‘대북고위관리’라는 직함으로 미국의 북핵 수석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성 김의 후임으로 국무부 부차관보급(국장급)인 정 박이 북한 문제를 다루게 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에서 북한 문제의 비중 축소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 대북고위관리는 지난달 초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업무는 계속되고 관심도도 유지되고 있다. 난 내 시간의 100%를 북한 문제에 할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성 김 전 대표 시절에도 비슷한 우려는 있었다. 그가 ‘파트타임’ 대북특별대표였기 때문이다.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로 자카르타에 주재하면서 대북특별대표직을 겸임하는 형태여서 한반도 문제에 집중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여건이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원래부터 북핵 수석대표를 겸임해왔다.
이처럼 관련국들의 한반도 문제 담당 인사 진용이 전반적으로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주북, 주영 대사를 지낸 류샤오밍(劉曉明)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핵 수석대표를 맡고 있지만 한미와의 협의에 눈에 띄게 소극적이다. 그의 방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인 2022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미중 북핵대표 간 양자 협의는 화상으로 드물게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북핵 수석대표인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과의 협의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과거 6자회담에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을 수석대표로 내보냈던 북한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현실적으로 차관급 북핵 협상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그간 정부 주변에서 나온 것도 사실이다. 반면 한국마저 북핵 조직을 축소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과거보다 소홀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계속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줄인 게 아니라 늘렸다”(조태열 외교부 장관)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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