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6천원대 학생식당 메뉴, 외부식당보다는 싸지만 여전히 부담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안정훈 기자 = 지난 8일 서대문구 이화여대 기숙사에 위치한 학생 식당.
낮 12시가 넘자 3대의 키오스크마다 네댓명의 학생이 줄을 서서 식사 메뉴를 주문했다. 학생 대부분은 밥과 국, 4가지 반찬이 나오는 5천800원짜리 정식 메뉴를 골랐다.
이 식당에는 이른 오전부터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1천원에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조식 시간대에만 170∼180명이 이곳을 이용한다. 하루에 많을 땐 약 600명이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홍모(23)씨는 “신촌역이나 이대역 쪽 물가가 부담스러워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이 학식(학생 식당)을 찾게 된다”며 “최근에는 물가가 너무 높아서 학교 안에 있는 카페에 가는 빈도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학식을 이용하기에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은 저렴하게 한 끼 식사를 때울 수 있는 컵밥을 찾기도 했다. 이화여대 정문으로부터 300여m 떨어진 한 컵밥집은 야채컵밥을 4천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게 주인은 “하루 평균 60∼70명이 학생들이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전했다.
동양화과 4학년 이모씨는 이곳에서 점심을 포장하며 “아무래도 물가가 비싸니까 최대한 양 많고 가격이 저렴한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외식 물가의 상승이 대학 캠퍼스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지갑이 얇고 주머니 사정이 빤한 대학생들에게는 개강 첫 주부터 아무래도 식비가 부담이다.
이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품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를 자주 찾게 되는데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서울대의 경우 학식 메뉴 대부분이 5천500∼6천500원으로 외부 식당이나 외부 기관이 운영하는 학교 내 식당보다는 싸지만 학생들로서는 이마저도 마음 편히 사 먹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서울대는 여느 대학들과 달리 인근 상권과 꽤 떨어져 있어 캠퍼스 앞에서 주로 판매되는 비교적 저렴한 먹거리에도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학생회관 인근에서 만난 화학과 신입생 이종우(21)씨는 “외부 기관이 운영하는 학내 식당에 가다가 너무 비싸서 학식을 사 먹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그렇게 싼 편은 아니라서 돈 아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학생회관 지하 1층에서 밀키트도 판매하고 있지만, 끼니를 대신하기에는 부족한 데다 식사로 가장 그럴듯한 레토르트 식품(밀봉된 가공식품)의 경우 4천원 안팎이라 부담 면에서 학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학생들 얘기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 밀키트를 판매하는 공간에는 학생 2명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지상 1층 생활협동조합 편의점은 김밥이나 과일을 사기 위한 학생들로 북적였다. 중앙도서관 편의점 앞 카페형 공간에도 빈 테이블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
중앙도서관에서 1년 반째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인문대학 이모(23)씨는 최선을 다해 하루 지출을 1만원 아래로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 같은 학생들에게 한 끼에 1만5천원 안팎을 써야 하는 외부 식당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그는 “밀키트가 입점했을 때 기대했지만, 편의점 김밥이 더 ‘혜자'(가성비가 좋다)라서 저녁은 편의점에서 사 먹는다”고 말했다. 학내 편의점 김밥은 2천500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씨는 “‘집에 가서 먹으면 돈을 더 아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고시생들은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며 공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기는 어렵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았다.
이런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3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햄버거와 김밥, 냉면, 도시락 등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27개가 평균을 웃돌았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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