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최애 골퍼’는 박성현 “한국 대회 가면 일주일 행복”
“훈련만큼 휴식 중요함 깨달아…올 시즌엔 골프 즐기고파”
(싱가포르=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잘생겼어요. (웃음)”
짜라위 분짠(24·태국)은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2라운드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불쑥 구사했다.
자신이 대학 시절에 한국 골퍼 박성현(30)을 좋아했던 이유를 말하면서다.
수줍게 웃은 분짠은 이내 영어로 “2017년 그가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봤는데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가 코스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분짠은 짜네띠 완나샌, 나타끄리타 웡타위랍과 함께 ‘신흥 골프 강국’ 태국의 주목받는 신예다. 태국은 작년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한화 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 등을 꺾고 우승했다.
여자골프 강국 위상이 흔들리는 한국을 맹렬히 쫓는 추격자인 셈이다.
하지만 국가 간 경쟁 구도가 코스 밖으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앞으로 수년간 LPGA 투어 우승컵을 놓고 한국 선수들과 다툴 분짠은 사실 한국 문화의 열렬한 팬이다.
분짠은 “대회를 치르러 (한국에) 갈 때마다 그 일주일을 온전히 즐긴다.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일주일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는 분짠은 2021년부터 매해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짧은 한국어 문장도 드라마에서 배웠다.
대학 시절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좋아했고 요즘에는 재작년 방영된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를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내가 라운드를 마치고 즐기는 취미”라는 분짠은 “한국 배우들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푹 빠진다”고 말했다.
골프에도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분짠은 “골프를 잠시 잊고 과몰입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분짠의 한국 드라마 시청 시간은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어 2년 차인 올해에는 작년보다 좀 더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골프에 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분짠은 지난해 투어 총 32개 공식 대회 가운데 25개 대회에 출전했다. 최고 성적은 다나 오픈 공동 7위다.
특히 7월 첫째 주 US여자오픈부터 9월 첫째 주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까지 10주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을 치르기도 했다.
분짠은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즌이었다”면서 “일정을 잘 계획해두지 않은 탓에 너무 많은 대회를 치렀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갈됐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휴식이 훈련과 대회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올 시즌에는 작년과 달리 골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출발은 산뜻하다. 지난달 분짠은 올해 LPGA 투어 첫 출전이었던 혼다 타일랜드를 공동 9위로 마쳤다.
지난 6일 개막한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선 2라운드까지 3언더파 141타를 기록,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한편 분짠은 태국 여자골프의 약진 배경으로 에리야·모리야 쭈타누깐 자매를 꼽았다.
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대회 우승을 거머쥔 에리야는 통산 12승을 쌓아 ‘태국의 박세리’로 불린다. 언니 모리야도 통산 2승을 보유하고 있다.
분짠은 “에리야와 모리야가 길을 개척해준 덕분에 우리 세대도 LPGA 투어에 도전하고 성공을 거둘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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