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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여성과 여아의 편에 서서 진전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 사무총장)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생존권과 참정권, 노동권을 외친 1만 5000여 명의 미국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그로부터 116년이 흘러 한국의 여성들도 8일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여성의 날’을 맞이했다. 여성들의 거센 목소리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차관 체제’가 이어지는 등 표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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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양대노총은 노동자대회를 열어 여성들의 권리 증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신각 앞에서 ‘세계 여성의날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마로니에 공원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산하노조가 집결한 행진에서는 “여성노동자 총단결로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경찰 통제 아래 집회 참여자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여성의 날’이 비롯된 미국 여성 시위에서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가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는 점에서 착안해 장미가 그려진 손수건을 흔들고, ‘성 평등’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을 높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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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거점에서는 여성 노동자 차별에 맞선 저항을 상징하는 ‘잠시멈춤 다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 가운데 집회 참여자들은 자리에 누워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000명(집회 신고 기준)이 참여한 행진이 길게 늘어서자 이를 촬영하거나 구경하는 행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진 후 오후 3시께 마로니에 공원에서 본 대회가 시작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이는 투쟁하는 여성들이 노력한 결과물”이라면서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 곳곳에서 성차별의 고리를 끊어내는 투쟁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다. 모두가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22대 총선을 맞이해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평등단협의무 법제화 등 여성 노동자들이 바라는 정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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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도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700명 규모(신고 기준)의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은 3·8 세계여성의 날 116주년을 맞아 진행된 대회는 ‘변화, 행복한 미래로의 여정’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성평등 노동시장 실현과 여성노동권 강화를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정연실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본부장은 공식행사 시작 전 “모두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무엇보다 여성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받는 공동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오늘의 슬로건 ‘변화, 행복한 미래로의 여정’을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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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여성기구 성평등센터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여성의날 행사를 주최했다. 이번 행사는 UN여성기구가 한국에서 개최한 두 번째 여성의 날 기념 행사다. UN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국내 처음 설립된 여성 관련 국제기구로 2022년 개소했다.
행사 중 공식 영상에 등장한 안토니오 구테레스 UN사무총장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여성과 여아가 소외되고 있으며 부당하고 차별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속도로는 법적 평등이 이뤄지기까지 약 300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올해 세계여성의날 주제인 ‘미래를 위해 여성에게 투자하라’는 메시지는, 가부장제 종식에는 자금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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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성 정책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전날 여성의 날 기념 메시지를 발표했다. ‘일‧가정 양립’과 ‘인구 위기 해결’을 강조하는 올해 여가부의 메시지는 ‘성 평등 정책’에 집중했던 지난해와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메시지에서 “여가부는 여성의 미래유망분야 진출 등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가정 양립 시스템을 더욱 탄탄히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적 자립 기반을 튼튼히 하는 동시에, 인구 위기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지난달 말 김현숙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며 ‘수장 공백’ 상태인 여가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이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여가부는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타 부서 출신 인사가 핵심 직책에 발령되는 등 본격적인 조직 개편도 이뤄지는 모습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가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되고, 청소년정책관과 가족정책관 등 기존 국장 2명이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오는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여가부가 법 개정 절차를 밟고 공식 폐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여가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단체는 “정부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중단하고, 부처 운영을 정상화하라”며 거센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최근 여성정책과 관련하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의 폐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성차별 철폐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 수립이 가능할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국회· 사법부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서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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