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의 과당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간호·간병서비스 보험, 독감보험, 상급종합보험 1인실 보험에 이어 이번엔 병·의원 간병인 사용일당 보험이 과열 조짐이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보장한도를 높여 ‘반짝’ 판매한 뒤 혜택을 다시 낮추는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식 영업 꼼수까지 등장했다. 보험금 한도 상향 경쟁이 과열되면 금융당국의 자제령이 떨어지는 걸 의식한 행태다.
이번엔 ‘간병인 사용일당’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6일부터 병·의원 간병인 사용일당 보험금을 기존 16만원에서 25만원으로 높였다. 요양병원은 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앞서 지난 4일 메리츠화재는 15만원이던 병·의원 간병인 사용일당을 20만원으로 올렸다.
다른 손보사 간병인 사용일당 보험금 상한은 병·의원의 경우 15만원선, 요양병원은 3만원선이다. 롯데와 메리츠의 상품은 각각 일반병원 경우 67%와 33%, 요양병원은 66%나 보험금을 올려붙인 것이다.
이 보험은 환자가 병·의원 또는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을 고용한 일수만큼 보험금을 준다. 보험료는 월 2만~5만원선이다. 가령 롯데손보 보험가입자가 병·의원에서 간병인을 하루 10만원에 고용하고 25만원을 받으면 보험료를 고려해도 차익까지 낼 수 있다는 상품이다.
이런 보험을 메리츠화재는 지난 4~6일만 팔고 접었고, 롯데손보는 “오는 17일까지만 한시 판매한다”고 ‘한정판’ 영업을 하고 있다. 보험사나 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은 “다른 보험사에서는 찾기 힘든 상품”, “지금이 아니면 이런 조건으로 가입을 못한다”며 소비자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혹할 수 있지만 이런 상품 일부는 갱신형이어서 해당 담보의 손해율이 높으면(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 갱신 시 보험료가 훌쩍 뛸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팔고 보자’ 경쟁 과열
손보업계는 지난해부터 보장 증액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비 선임보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보험, 독감보험, 상급종합병원 1인실 보험 등에서 과당경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국이 상품 개정을 권고하면 이를 이용한 ‘절판 마케팅’도 반복됐다. 생명보험업계도 5·7년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환급률을 130%대까지 높여 판매하다 금융당국 눈총을 받았지만, 손보사들처럼 습관적이지는 않다.
예컨대 간호사가 간병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보험에 대해 손보사들은 보험금을 2만원에서 20만원선까지 올렸다. 금융당국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며 자율시정을 권고하자 더 불티나게 팔렸다. 이 보험 한도는 현재 7만원선으로 축소됐다.▷관련기사 : 손보사 간호·간병보험 과열…중복·과다가입 막힌다(2023년 9월8일)
과당경쟁 근본처방 고민하는 당국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다. 의도와 달리 ‘보험사 1호 영업사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보험리스크관리국, 상품심사판매분석국 등이 보험 과당경쟁을 뿌리 뽑을 근본처방을 고민하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최근 ‘2024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부적정한 보험상품 기초서류에 대한 사후감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상품을 신고할 때 최대 보장금액을 기재하는데, 이를 증액할 때는 다시 신고하도록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나왔다.
설명회에서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업계가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기보다 다양한 위험보장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관련기사 : 금감원 “단기이익 급급, 보험사 과당경쟁 안돼…CEO가 점검”(2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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