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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뇌경색인데 항응고제 끊어…환자는 반신불수 ‘날벼락’

연합뉴스 조회수  

서울대·을지대병원 의사들 설명 의무 안 지켜

소비자원, 병원에 치료비·간병인비 배상 권고

서울대병원, 잘못 인정 안하고 책임 회피 논란

피해 가족 “서울대병원에 환자의 권리는 없어”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해 반신불수가 된 A씨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해 반신불수가 된 A씨

서울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은 뇌경색 환자에게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하면 뇌경색이 재발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가 반신불수가 되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A씨 딸 D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유명 대학병원이 뇌경색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토록 해 환자가 반신불수로 전락, 7개월째 병상 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병원의 명백한 잘못임을 지적하고 피해배상을 권고했지만, 병원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환자 가족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에 사는 A(93)씨는 작년 7월 오른쪽 다리가 아파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서울대병원의 담당 의사인 B 교수는 같은 해 8월 7일 A씨의 통증 완화를 위한 시술 날짜를 잡고 그가 복용 중이던 항응고제를 중단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했다. 시술 중 출혈이 멈추지 않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2021년 9월 한차례 뇌경색을 앓다 회복했던 A씨는 이에 평소 정기검진을 받던 을지대병원 신경과 C 교수에게 서울대병원 시술을 위해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해도 되는지 물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양쪽 병원이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끊도록 하면서 그로 인해 다시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B 교수는 C 교수가 발송한 협진서를 보지도 않고 환자 스스로 시술 날짜에 맞춰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한 채 병원에 오도록 했다.

 항응고제 중단 후 내원하라는 진료 설명서
항응고제 중단 후 내원하라는 진료 설명서

서울대병원 의사는 을지대병원의 협진서를 직접 보지도 않고 환자가 스스로 항응고제 복용을 끊고 내원토록 해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D씨 제공]

C 교수는 서울대병원에 보낸 서류에서 “(항응고제 복용을) 가능하면 유지하고 불가피한 경우 5일간 끊고 시술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는 A씨의 뇌경색 재발을 우려해 시술 과정에 출혈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가능한 항응고제 복용을 유지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C 교수도 A씨에게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했을 때의 위험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A씨는 서울대병원 시술 날짜에 맞춰 항응고제 복용을 5일간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시술 당일 아침 자기 방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방안은 그의 대소변으로 엉망이 돼 있었다. A씨는 통증 시술도 받지 못하고 응급차에 실려 입원했으며 반신불수 상태에 빠져 회복 가능성도 알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A씨 딸 D씨는 모친이 과거 뇌경색을 앓기는 했지만 회복해 별 무리 없이 생활했는데 다시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은 병원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보고 사방팔방 수소문한 끝에 소비자원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하게 됐다.

소비자원은 의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서울대병원과 을지대병원의 잘못을 2.5 대 1로 서울대병원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간병인 비용과 병원비 등을 양측 병원이 과실 비율에 맞춰 배상토록 권고했다.

그러나 B 교수는 항응고제를 끊으라고 처방한 것은 C 교수이며 자신은 시술도 하지 않았고 통증 전문의라 뇌경색 재발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버텼다. 다만 서울대병원 측이 도의적인 차원에서 A씨에게 도시근로자 월평균 급여에 맞춰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A씨가 쓰러진 후 들어간 치료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결국 소비자원의 중재는 결렬됐으며 소비자원이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뇌경색 환자에게 항응고제 중단을 권유한 의사
뇌경색 환자에게 항응고제 중단을 권유한 의사

을지대병원은 뇌경색 환자에게 통증 시술에 불가피하게 필요할 경우 항응고제를 5일간 중단하라고 권고하며 그로 인한 위험을 설명하지 않았다. 환자는 권고를 그대로 이행했다가 반신불수가 돼 회복 가능성도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D씨 제공]

소비자원은 앞서 A씨가 항응고제를 끊은 이유는 서울대병원의 시술 때문이었기 때문에 B 교수가 을지대병원의 협진서를 직접 받아본 후 환자에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사의 설명 의무이며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는 사안이었다. B 교수는 자신이 통증의학과 의사로 신경과 분야의 지식이 부족했다면 서울대병원의 다른 전문의의 문의를 받아 환자에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을지대병원은 소비자원 중재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사태는 서울대병원의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의 시술이 과도한 출혈을 걱정할 정도로 불가피하게 항응고제를 끊어야 했는지 의심스러우며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는 시술 담당 의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5일간 약을 끊어도 된다고 한 을지대병원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D씨는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시술받을 때 왜 그 약을 중단해야 하는지, 중단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그래도 시술받을지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항응고제 중단으로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시술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서울대병원에는 처음부터 환자의 권리는 없었다.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 결정권은 배제된 채 시술을 하는 의사만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을지대병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겠다고 말하는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서울대병원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너무 억울하다. 어머니가 앞으로 계속 입원해야 하는데 병원비와 간병인 비용이 계속 많이 들어간다. 형제들이 병원비를 분담하고 있지만 앞으로 맘 놓고 치료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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