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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보조금 잡아라”… K충전기, 앞다퉈 현지에 생산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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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본격화되는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을 겨냥해 한국 업체들이 속속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마련하고 나섰다. 동시에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충전기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도 중국산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 산하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이브이시스(EVSIS)’의 오영식 대표는 7일 “미국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지역에 조립공장과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올 7월이나 늦어도 하반기(7∼12월) 중에는 이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브이시스가 7월을 본격적인 미국 현지 생산의 기점으로 삼은 것은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과 관련이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올해 7월부터 강화되기 때문이다. 제품 원가의 55% 이상에 해당하는 부품을 미국 내에서 제조한 것으로 사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미국 18개 주에서 보조금 수혜 대상 사업자를 선정했다. 올해는 다른 주에서도 사업자 선정에 나서며 보조금 정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75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충전기 50만 개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7만 개가량인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가 6년 내 3배로 늘어나는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2년 전기차 충전 업체인 ‘애플망고’를 인수한 LG전자는 올 1월부터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공장에서 완속 충전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이곳에서 350㎾(킬로와트)급 초급속 충전기도 만들 계획이다. 충전기 전문기업인 모던텍도 미국 현지 회사와의 합작으로 텍사스 공장에서 7월부터 600㎾급 충전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체인 채비는 2025년까지 충전기 3540대를 북미시장에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해 10월 체결했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미국 내) 외주 공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며 “공장을 임대해 주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는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한국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 중 SK시그넷이 텍사스주에 공장을 마련해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했지만 이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대거 늘어 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제품 원가의 55% 이상을 미국산 부품으로 맞추기 위해 핵심 부품인 ‘파워 모듈’에 자체 기술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교류를 직류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하는 파워 모듈은 전기차 충전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여태까지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 국내 파워 모듈 시장 점유율의 90%가량을 차지해 왔다.

SK시그넷의 경우 현재 텍사스 공장에 파워모듈 생산 설비를 마련해 놓고 하반기 현지 생산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브이시스는 올 상반기(1∼6월) 중에 파워모듈 자체 제품 개발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체 개발을 할 경우 원가가 크게 올라갈 것을 우려해 미국 공장서 생산된 중국 업체들의 파워모듈을 사용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국산 외주 업체가 만든 파워모듈을 사용하면 중국산에 비해 4∼5배나 비싸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충전기 업체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개발 초기에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지만, 결국엔 자체 기술을 보유하는 쪽도 향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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