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책 일환으로 3년간 보유 자사주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앞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제안한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이 표 대결을 앞두고 사측의 우호세력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박철완 전 상무·차파트너스 연합과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주주들의 표심을 끌기 위한 회유책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금호석화는 2026년까지 3년동안 보유한 자사주의 절반인 262만4417주(9.2%)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소각하는 자사주는 총 87만5000주로 소각 예정 금액은 지난 5일 종가(14만7500원)를 기준 총 1290억6250만원으로 계산됐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또 금호석화는 자사주 매입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16.5% 수준인 총 500억 원어치를 오는 13일부터 6개월간 취득할 계획이다. 매입이 완료되면 이사회의 세부적인 결의와 공시를 거쳐 전량 이익 소각할 예정이다.
금호석화는 “자기주식 보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은 50% 자사주는 M&A 등 중장기적인 주주 가치 제고 관점에서 처분 또는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사주 전량 소각하는 것만이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금호석화는 “석유화학 산업 침체 장기화로 워크아웃, 기업 간 혹은 업종간의 M&A(인수합병)가 활발해 질 것을 대비해 재무적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시기”라며 “자사주 50%는 보유해 중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처분 또는 소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지분율 9.1%) 박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 받은 차파트너스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 자기주식 소각 관련 정관 변경 △ 자사주 전량 소각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건을 주주제안했다.
당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호석화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차파트너스 “주주제안에 대응한 궁여지책(窮餘之策)..자사주 전량 소각해야”
차파트너스는 사측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남은 9%의 자사주도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파트너스는 이날 “최근 자사주 소각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에 대한 주주 제안 이후에야 20년 이상 장기간 보유한 자사주의 50%를 소각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이번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나 주주제안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차파트너스는 “사측이 자사주 9%를 남겨둔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위한 것으로 보이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머지 자사주가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언급했다.
금호석화 측이 남은 자사주를 소각하기보다 처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사측이 공시에서 ‘재무적 유동성 확보’를 고려해 나머지 50% 자사주를 처분 또는 소각 예정임을 밝혔는데, 자사주 소각을 통해 유동성이 확보되지는 않는 점을 고려할 때 나머지 자사주에 대한 회사 계획은 제3자에 대한 처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파트너스는 “미소각 자사주를 총수 일가의 우호주주에게 처분하면 총수 일가 측 의결권은 크게 증가하고 주주의 주당 순이익과 주당 배당 수익은 감소한다”며 “주주 가치를 제고를 위해서는 나머지 50% 자사주 소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주제안 이후 발표한 자사주 소각…표심 모으기 위한 유인책?
일각에서는 금호석화가 발표한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이 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차파트너스와 연합한 박 전 상무와 경영권 분쟁 중인 박 회장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부결시키기 위해선 주주들의 표심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박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인(박준경 부사장, 박주형 전무 등) 지분은 15.7%이며, 박 전 상무와 특수관계인 차파트너스 측의 지분은 총 10.88% 수준이다. 양측의 표 격차는 약 4% 정도로 크지 않다. 이외에 주요 주주로는 2대주주 국민연금 9.27%와 소액주주와 외인 비중은 각각 약 25%, 20%에 이른다.
특히 차파트너스가 자사주 소각과 함께 제안한 사외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개별 3%룰이 적용되면서 표결에 있어 주주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된다.
개별 3%룰 적용시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박 회장측과 박 전 상무측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활용할 수 있는 의결권은 각각 7%, 4.77%에 그친다. 특별결의 안건인 자사주 소각 정관변경 안건보다 더욱 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이다.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감사위원 선임 경험이 많다는 점도 사측이 표심을 잡기 위한 유인책을 꺼내든 이유로도 해석된다. 차파트너스는 과거 사조오양과 남양유업에 각각 감사위원과 감사를 추천해 선임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차파트너스의 추천으로 선임된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의 경우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5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제안 받은 이후 공개한 자사주 소각 정책은 사측이 외부 개입 없이도 충분히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표심을 모으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특히 외부 추천 감사위원의 존재만으로도 이사회를 견제·감시하는 효과가 있기에 사측 입장에선 필사적으로 이를 막기 위해 표심을 모을 방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자사주 소각 정책은 사측이 오래전부터 고민해왔을 뿐 아니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제 대응 차원 목적”이라며 “차파트너스 주주제안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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