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두 달 만에 중국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강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등 큰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증시가 기대만큼 오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2월 1일~2월 29일)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 증시에서 약 4160만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1월 143억원, 지난해 12월 109억원을 순매도했던 것에서 두 달 만에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작년 11월 투자자들이 255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액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그간 사라졌던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이나마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증시도 이에 반응하듯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5일 2702.19까지 내렸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3039.93에 마감하며 약 12.5% 올랐다.
중국 증시에 대한 상승 기대감은 중국의 경제·대외 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양회 개최에서 비롯됐다. 양회는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양회는 중국이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최된 것이라 발표되는 정책에 대한 의미가 더 크다.
현재까지 양회에서 나온 정책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다고 평가된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해외 예상치(4.4~4.7%)보다 높은 5%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 이내로 통제하고 1200만명의 신규 고용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도시 실업률 목표는 전년과 동일한 5.5%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가장 차이가 난 부분은 재정 예산 측면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재정적자 규모 4조600억위안)로 발표했다. 또 지방정부 특수채 예산을 확대하고 1조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신규로 편성했다.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에 대해선 추가 인하 가능성이 언급됐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이 예금 중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에 공급할 자금이 늘어나 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 그 외 ‘인공지능(AI) 플러스(+)’란 이름의 AI 산업 육성책과 전기차 비중 확대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둔화 등 중국 경제의 주요 문제로 지적됐던 이슈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부동산 관련 불확실성,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위축된 소비 심리의 영향으로 5% 경제성장률 달성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남아있다”며 양회에서 보여준 중국당국의 의지가 다소 아쉽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증권가에선 중국 증시의 반등이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양회가 개최되는 3월에 상하이종합지수 수익률이 좋았던 해는 대체로 강한 정책이 집행된 바 있다”며 “올해 3월은 정책 집행이 예상 수준에 그쳐 큰 폭으로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증시 투자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 국영기업과 화웨이 및 AI 관련주를 눈여겨보라는 의견도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 속 높은 배당성향, 낮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매력을 가진 국영기업과 기술 내재화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화웨이 공급망 및 AI 테마주에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사라지기 전까지 방어적으로 바벨 전략(리스크 완화와 수익 추구 간 균형을 유지하는 투자 방식)을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