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 중심 랠리에 미국, 일본 증시에서 수익을 낸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음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AI 후방 효과가 큰 글로벌 반도체, 자동차 기업들과 장비, 부품 등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해 인도로 향했던 아시아권 자금 역시 한국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한국 증시 순매수에 쓴 돈이 11조2000억원에 이른다. 아시아 주요 7국(한국·대만·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에 외국인이 쓴 104억 달러(약 13조9000억원)의 대부분이 한국에 몰린 셈이다. 이 기간 인도·베트남·태국선 자금이 대거 빠졌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는 올초부터 ‘역대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 왔다. 독일, 프랑스 역시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랠리를 이끈 종목의 공통점은 산단형 복합 생태계를 필요로 하는 수출형 기술주라는 점이다. 주요국 증시를 감안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로운 유망 투자처로 한국을 지목해 ‘머니 무브’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월 들어 한국에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첫날부터 5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1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를 대로 오른 선진국 증시에서 시작됐거나 곧 나타날 ‘조정’에 대비하거나,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유망 투자처로 한국을 바라보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우 AI 돌풍의 주인공들인 빅테크 기업들, 유럽은 첨단 AI 반도체 제조용 미세공정에 필요한 장비업체, 현실 세계에 AI 응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업과 완성차 기업들이 있다. 일본도 반도체 공급망 핵심인 장비 기업과 자동차 업종 기업의 비중이 크고 이들은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아시아 신흥 시장 가운데 보기 드물게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AI와 같은 첨단 기술 발전의 필수재인 반도체 분야와, 배터리 등 전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 분야가 양쪽 핵심 기술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돼 있다. 국내 증시와 산업이 글로벌 업계서 잠재력을 발휘할 차례다.
상상인증권은 “주 초반 한국 증시는 연휴 동안 한국 수출 지표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감이 부각되면서 투심이 회복, 상승 출발했다”며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 AMD 등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한국 증시 역시 반도체 섹터 종목들이 동반 상승했고 추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다올투자증권은 “2024년은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시점으로 보이나, 글로벌 OEM 업체들은 2026~2027년부터 시작되는 신규 플랫폼에 대한 발주를 본격화 하는 구간”이라며 “미국이 현재 자동차 생산의 현지화율이 전 세계 메이저 국가들 중 가장 낮은 편임을 감안하면, 북미지역에서 발견될 수 있는 부품업체 투자기회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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