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비이재명계의 공천탈락)’ ‘친명횡재(친이재명계 무난한 공천)’이란 말이 나오는데다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이 커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비판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쇄신’과 ‘시스템 공천’이라며 반박하는데 민주당의 단수공천이나 컷오프 결과를 살펴보면 단순히 ‘비명횡사’나 ‘친명횡재’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사천’이니, ‘측근 공천’니니, 무슨 ‘친명 공천’이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엉터리 지적”이라며 “민주당 공천은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특별당규와 작년 연말에 이미 확정된 평가 결과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날 오후 늦게 발표될 20여 곳 경선결과에 따라 공천과 관련한 잡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선 홍영표 의원이 당의 공천배제 결정에 반발해 탈당한 날에 대표적 비명계 인사로 꼽히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의 지역구가 포함된 경선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앞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배제(컷오프)되면서 문명(문재인’이재명)갈등설이 불거졌다. 여기에 4선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 의원이 현역의원 하위 20% 명단에 포함되자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설훈’홍영표 의원의 탈당에 이어 다른 비명계 의원까지 공천 결과에 반발하면 논란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친명 위주의 공천이나 문명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단수공천 받으니까 친명이 되었다가, 경선이 되니까 비명이 되었다가, 다시 단수로 바뀌니까 친명이라고 쓰는 게 언론인가”라며 “친문’친명 이런 식으로 구분할 때 과연 언제부터 갑자기 친명으로 분류되는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날을 세웠다.
실제 지금까지 민주당이 단수공천을 받은 현역의원들 가운데는 비명계나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등 요직을 지냈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당의 공천을 비판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고민정 의원이 서울 광진을에서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친명 인사임을 강조했던 김상진 전 지역위원장은 같은 지역구에서 컷오프 됐다. 고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고 의원 외에도 친문으로 분류되는 이인영, 한정애, 박범계, 진선미, 윤건영, 한병도, 정태호 의원 등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이인영, 한정애, 박범계, 진선미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장관을 역임했고 윤건영, 한병도, 정태호 의원도 청와대 참모로 근무했다.
여기에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 공항에 마중을 나가 대표적 친이낙연계로 분류됐던 이개호 정책위의장이나 이재명 대표가 뽑혔던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렸던 박정 의원도 단수공천이 결정됐다. 민홍철, 김정호, 박재호 의원 등 비명계로 분류되던 인물들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되지만 이번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은 현역의원이나 원외인사도 여럿 있다.
안민석, 양이원영 의원은 공관위로부터 컷오프 결정을 받았다. 컷오프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이 대표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이수진 의원도 애초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됐다.
또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지호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도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경기 분당갑에 전략공천되면서 총선 출마가 무산됐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할 때 기본주택 정책을 함께 펼쳤던 이헌욱 전 경기주택공사 사장도 경기 용인정에서 이언주 전 의원이 포함된 3인 경선을 펼쳐야 한다.
이 전 사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3인경선 결정이 내려진 뒤 이 대표와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이 대표는 제가 난관을 정면 돌파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친문’비명계 횡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친문’비명계 의원들만 다수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영표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번 민주당 공천은 정치적 학살”이라며 “어떠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현역의원 평가를 두고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역의원 평가를 위해 서류를 제출하고 의원들이 서로 다면평가를 진행했던 시점이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였다”라며 “당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이 있었을 때인데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들에 대해 의원 사이의 다면평가에서 다른 의원들의 평가가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처럼 존재감이 큰 친문, 비명계 인사들의 공천배제 결정이 갈등을 키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임 전 비서실장을 공천배제한 당 지도부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5일 MBC 100분 토론에서 “임 전 비서실장은 자신이 친문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듯 행동하면서 자신에게 공천을 줘야한다는 식의 행태를 보였다”라며 “내가 당 대표라도 당의 결정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려는 임 전 실장은 공천배제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공천갈등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뚝심 있게 시스템 공천을 밀어붙이는 것은 좋지만 지역구 선거운동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경선 후유증이 치유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일찍 공천을 마무리하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웠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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