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랑 같은 방 쓰면서…”
KIA 타이거즈 내야수 윤도현(21)에게 호주 캔버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꿈이 현실로 바뀐 시간이었다. 김도영과 중, 고교 시절 광주 지역의 라이벌일 정도로 잘 나갔다. 두 슈퍼유망주는 공수겸장 유격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도영은 유격수는 아니지만, KIA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하며 KBO리그 대표 ‘영 파워’로 성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5순위로 입단한 윤도현은 지난 2년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2022년 3월14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뜬공을 처리하다 김도영과 부딪혀 중수골 골절을 당하면서 야구인생이 꼬였다. 지난 2년 내내 재활만 했다.
그런 윤도현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마침내 잠재력을 조금 터트렸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홈런 2방 포함 타율 0.462 3타점 4득점 OPS 1.616으로 맹활약했다. 비록 투수들이 전력 투구를 하지 않는 무대이긴 했지만, 윤도현으로선 2년의 답답했던 체증이 싹 내려간 시간이었다.
결국 윤도현은 오키나와 드림을 현실화한 대가로 캠프 MVP에 선정됐다. 그는 6일 캠프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 첫 캠프였다. 2년간 재활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서 좋은 결과를 냈다. 혼자 의심하기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김도영과 룸메이트였다. 윤도현은 김도영에게, 그리고 선배들에게 좋은 애기를 많이 들으며 성장을 재촉했다. 그는 “도영이랑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다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선배님 말씀도 새겨 들었다”라고 했다.
고교 시절 유격수지만, KIA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2루에서 김선빈의 백업으로 기회를 엿봐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윤도현은 “유격수가 가장 편한데, 이젠 3루, 3루 다 비슷하다. 수비에선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공격에선 장타력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했다.
윤도현은 김도영보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김도영 못지 않은 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을 갖췄다. 2루 수비도 나쁘지 않았다. 박찬호와 김선빈 키스톤을 잇는, 김도영-윤도현 키스톤이 훗날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실 마무리훈련 당시 1월 호주프로야구 캔버라 캐벌리행이 확정됐지만, 허벅지 재활 여파로 제외됐다. 윤도현은 “코치님들이 편하게 해줬다. 햄스트링 재활을 하게 돼서 스프링캠프에 맞춰 재활하라고 했다”라고 했다.
오키나와 캠프 막판 2경기를 옆구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윤도현은 “내일 진료가 잡혔다”라고 했다. 자나깨나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시범경기서 지금의 좋은 감각을 이어가면 개막엔트리 승선도 가능해 보인다. 1군에서 뭔가 보여준다면 KIA의 중요한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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