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가계통신비 인하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번호이동 시 공시지원금과 별개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단통법의 전면 폐지 전, 먼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전환지원금 최대 지급기준 ’50만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업자 변경(번호이동) 시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사업자의 기대수익을 고려해 방통위가 정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동통신사는 현재 신규가입, 번호이동, 기기변경까지 가입유형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지원한다. 이번 단통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사는 번호이동하는 소비자에게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누구에게나 똑같이 지급되는 공시지원금과는 별도로 추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방통위가 정한 ‘전환지원금’의 최대 지급기준은 50만원이다. 방통위는 통신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번호이동 시 발생하는 위약금을 비롯해 심(SIM)카드 발급비용, 장기가입혜택 상실비용을 명목으로 전환지원금을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는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방통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에서 고시안을 의결하고 14일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단통법 전면 폐지를 예고했다. 그러나 단통법을 폐지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데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실질적으로 개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는 법안 개정 전 먼저 시행령을 개정하고, 가입자 유치를 위한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촉발한다는 계획이다.
단 전환지원금에 대한 내용이 담긴 단통법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기대했던 만큼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다보니 기존 장기고객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사가 적극적인 전환지원금 경쟁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통신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데다 5G 가입자가 70%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출혈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 이통사들은 중간요금제 출시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통신비 낮추고 경쟁 양성화해야 싸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이날 단통법 폐지 추진에 따른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에 방문했다. 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는 단말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기훈 지은텔레콤 대표는 “경기도 안 좋아지고 단말기 가격도, 5G(5세대 이동통신)으로 오면서 기본요금도 비싸지면서 교체를 주저하다보니 교체주기가 2년에서 3년으로 바뀌었다”면서 “전 국민이 다 똑같이 싸게 사라는 기조로 만들었을 법인데 실제로는 전 국민이 다 비싸게 사라는 게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특히 크게 오른 통신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는 “통신비가 5G로 바뀌면서 기본요금이 너무 많이 올랐다. 싸게 사려면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높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데, 예전엔 6만9000원 정도였다면 지금은 10만원, 11만원 요금제는 해야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에서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끔 양성화를 해주시면 저희 입장에서는 훨씬 더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차관은 현장방문 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판매점협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를 만나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간담회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단통법 폐지라는 정부 방향에 대해 동의했으며, 판매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
강 차관은 “오늘 목소리를 듣고 보다 세밀히 입법하고 국회에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간담회를 마치고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정부의 기본적 스탠스가 보조금을 자유롭게 쓰자는 방향으로 갔으니 상황을 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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