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서울의 봄’ 이끈 서울대 총학생회장·국회부의장 출신
4년 만에 현역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안양동안을 리턴매치’
“안양 발전 시계, 4년간 멈춰…국회 가면 할 일 잘 안다”
1980년 민주화운동의 주역·서울의 봄 주인공·전 국회부의장으로 알고만 있다면 오산이다. 지역구를 맡는 동안 170개가 넘는 안양 발전의 성과를 이뤘다. 중앙당에서는 넘치는 성실함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5선의 중진이어도 대단히 유연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안양 동안을 국민의힘 후보 도전장을 얻었다. 당내 중진 거리두기에도 지역 민심이 반영된 경선을 거쳐 쟁취했다. 동안을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이재정 민주당 후보가 탈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대결을 펼치게 되는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5일 호계동 캠프 사무소에서 만난 심재철은 화려한 역사의 주인공도 거물도 아니었다. 4년 만에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겸허한 자세로 지역민 앞에 선 모습이었다. 심재철의 남은 한 달여는 안양동안을, 그리고 운동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나. 재탈환이라는 쉽지 않은 재도전으로 안양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한 후보 심재철에게 물었다.
Q.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노하우라는 장점과 부정적인 평가도 있을 듯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개의치 않는다. 총선은 누가 현장에서 더 일을 잘하느냐, 또 예전에 그 사람이 어땠었느냐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될 거다. 4월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중앙정치의 흐름에 따라 정치 지형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모양이 안 좋으면 유권자의 표심은 우리를 향할 것이고, 그 반대면 국민의힘에 결판이 날 거다. 올드보이 또한 언론의 표현일 뿐이다. 괘념치 않는다.”
Q. '중진'을 경계하고 있는 공천 흐름에서 경선을 치렀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평도 있었다.
“역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났어도 상대와 비교해 한 표 모자라면 떨어지는 것이고, 못나도 한 표라도 많으면 이기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리미리 지역민들의 현안을 살피는 데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중앙에서 내려와서 반짝 낙하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역 유권자들은 저 사람이 옛날에 무슨 일을 했는지가 아닌, 철저히 유권자 이익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경선 과정에서 다선 등 여러 가지 마이너스 요인이 있었다. 그런데도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지역민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중앙당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긍정적 흐름이 관측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Q. 서울의 봄이 화제였다. 당시 상황의 주인공인데, 서울역 회군은 회군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회군은 ‘위화도 회군’이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한 요구를 했던 것이고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회군’이 아닌 ‘철수’다.
당시의 우리는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큰 비극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후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시 버스에서 철야를 지새우며 싸울 것이냐 말 거냐를 가지고 학생회장단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했다. 어떤 사람은 기분에 따라 그냥 하자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미 숙대 운동장에 공수부대가 진주해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었다. 서울의 봄과 민주화가 좌절되면 안 된다, 계속 꽃을 피워 잘못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Q.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론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운동권의 대부'인데, 이에 관한 생각은.
“70년대 학번들을 ‘긴조(긴급조치) 세대’라고 명명한다. 70년대 유신헌법 반대 데모를 주도했던 긴조세대는 민청학련 세대와 70년대를 같이 살았지만, 정치적으로 커다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유신체제에 저항한 주축이었지만 ‘실종된 역사’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후반부터는 ‘긴조 세대’에 들어갈 수 있는 70년대 학번과 80년대 중반 이후 학번과 이른바 주사파(주체사상파)가 장악하게 되고, NL 세력이 주 흐름이 되어갔다.
당시 우리는 어떠한 ‘이념’이라는 것이 없었다. 국가의 민주화와 자유의 회복, 이게 가장 중요한 모토였기 때문에 호응을 받았고 데모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도와줬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NL 세력과 PD 세력으로 나눠지면서 이른바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가 나오고 북한의 주장들이 스며들면서 점차 학생운동이 소외받고, 대중들로부터 유리되면서 현재 민주화라는 개념이 오염된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Q. 80년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흐름이 달라졌지만, 심 후보가 있었던 세대는 궤가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586 운동권은 타락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돼버렸다. 운동권 경력 하나로 20~30년씩 우려먹는 대표적인 타락상이 광주 5·18 전야제에서 술판을 벌인 정치인들이다. 그런 모습들, 기득권화되고 타락한 모습을 보이니까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이다.
운동권이 대한민국 민주화에 이바지했다는 점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후 새롭게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고 구태에 갇혀 타락한 모습, 부패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을 들고나온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Q. 지역구 이야기를 해보겠다. 1호가 교도소 이전인데, 지역민들의 답답함이 크다. 가장 큰 문제가 뭐였나.
“2015년 정부 10개 부처와 합의해 안양 교도소 완전 이전을 정부에 제안·추진했었다. 안양 교도소·서울소년분류심사원·서울 구치소·서울소년원 등을 의왕 지지대고개 부지로 통합 이전하는 것으로, 이른바 ‘경기남부법무타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시민들이 혐오시설 유입을 이유로 반대했다. 의왕시장의 반대도 있었고,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지금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양 교도소 부지가 예전에는 허허벌판이었다. 지금은 도시 한복판으로 들어와 있으므로 이전을 해야 할 필요성이 당연하다. 당시에는 비판에 초점을 맞췄지만, 전체적인 개편 작업을 하면서 조성책을 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지난 21대 국회에 대해 평가한다면. 안양과 중앙당 두 갈래로 평해달라.
“흔히들 안양 발전의 시계가 4년간 멈춰 섰다고 한다. 아마 이재정 의원도 느끼고 있을 텐데 지역 발전을 위한 예산을 끌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고 중앙정치를 잘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문재인 정권 코로나 정국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의 외압으로 만들어진 국회였고 민생을 뒷전으로 한 ‘다수의 횡포’ 때문에 엉망이 된 국회라고 평가한다.
상당수가 국민의힘은 ‘한동훈 공천’ ‘시스템 공천’이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공천’ ‘방탄 공천’이라고 말한다. 이재정 의원이 얼마 전에 공천관리위원회를 사퇴했는데 이 또한 “셀프공천, 다시 말해 선 공천, 후 사퇴”를 비판하고 있다. 이재정 의원은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가 없다며 민주당에서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얼마나 잘했느냐를 평가하기도 전에 공정한 과정을 거쳤느냐에서부터 태클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안양 지역 여러분께서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본다. 이재정 의원에게 3선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국회에 들어가면 제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Q. 안양동안을은 최근 호계동 인구 유입이 변수로 꼽힌다. 선거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나.
“신규 입주민들이 정치적으로 어떤 성향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호계동으로 오신 분들은 지난 선거 때 재개발로 잠시 떠난 분들이 대다수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호흡하신 분들이 많으므로 내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기존에 계시던 주민들의 평판, 이미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신규 입주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해서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Q. 이번 선거의 관건은 무엇이 될 거라고 보나.
“중앙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이미지는 양당의 대표, 곧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명 방탄을 위한 지금 같은 사천은 일찍이 본 적 없는 일이어서 유권자들이 다들 이재명식 공천에 대해 비판적이다.
전국적인 수준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도덕성 차이’가 관건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가 됐고, 국민은 이제 어느 당이 더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지 평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역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4년의 지역 발전의 성과와 의정활동을 비교해 보면서 평가하리라 본다. 내가 20대 국회 때 해왔던 일들과 이재정의 21대 국회를 비교해 보시면 답이 나올 것이다. 리턴매치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겠다.”
Q. 스스로 민주당에 어떤 후보인 것 같나.
“한 마디로 민생진심 후보로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역주민들 일에 관해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인동선 성공과 GTX 인덕원역 정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Q. 핵심 공약을 키워드로 간단히 말해준다면.
“△안양 교도소 완전이전 △평촌신도시 재건축 부담금 폐지, 선도지구 지정 △안양의 교육 특구화 △경수대로 호계 구역 지하화 △인동선 조속 완공 △중앙공원 관리동 재건축(주민편의시설)이다. ‘일 큰 일꾼’이 해낸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정부·여당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 심재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Q. 22대 국회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등 특권 폐지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정립이다. 구속돼도, 회의에 참석 안 해도 세비가 나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바로잡겠다.
재정준칙 법제화도 시급하다. 나라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예전의 IMF는 그나마 재정상태가 좋아서 쉽게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 재정상태에서 위기가 닥치면 헤쳐나가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재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국가 유공자의 공적과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왜 숨기나. 국가에서 인정할 정도의 유공자라면 무슨 공적을 세웠고, 누구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청년들의 군 복무 경력도 인정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사병의 경우 18개월을 국가를 위해 복무했으면 그 경력인정이 지나쳐서도 안 되지만 적절하게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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