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내수 판매량이 뚝 떨어지며 다소 주춤했던 2월을 보냈습니다. 설 연휴가 끼면서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데다, 전기차 보조금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1월에 이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위축된 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반등에 성공한 경우도 있습니다. 기아 경형 전기차 ‘레이 EV(Electric Vehicle)’입니다. 판매량을 크게 늘어난 덕분에 2월 전기차 최다 판매모델로 등극했습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홍해 사태’로 급감했던 수출을 일부 회복하며 숨통이 틔였습니다.
녹록치 않았던 완성차 업계. 그러나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광풍이 불었습니다. 좋은 연비로 인기가 있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대세로 등극했씁니다. 해당 차종을 판매 중이거나 판매할 계획이었던 현대차·기아와 르노는 물론, 전기차로 바로 넘어갔던 제네시스, KG모빌리티, GM까지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뜨거워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각축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5사는 지난 2월 총 60만4224대(특수 목적 차량 제외)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9만9203대로 전년비 8.0% 감소했으며 수출은 50만4616대로 전년비 0.1% 증가했습니다.
현대차는 총 31만4909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4.1%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수출은 26만7256대로 전년비 1.5% 증가했지만 내수가 4만7653대로 전년비 26.7%나 꺾인 것이 눈에 띄네요. 국내 최다 판매 모델은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싼타페로 7413대, 그 뒤를 포터(6355대), 제네시스 GV80(4652대)가 이었습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설 명절 연휴에 공장이 가동을 안 해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충청남도 아산 공장의 전기차 설비 공사와 울산 3공장 라인 합리화 작업으로 그랜저·아반떼 등 일부 차종 생산이 중단된 것이 내수 판매량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합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발표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전기차 판매량도 크게 줄었구요.
기아는 총 24만2356대(특수 차량 제외)를 판매하며 전년비 4.6%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 4만4008대, 수출 19만8348대로 전년비 각각 12.0%, 2.8%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최다 판매 차량은 스포티지(4만7643대), 국내는 쏘렌토(8671대)가 왕좌에 올랐습니다. 쏘렌토는 1월에 이어 기아는 물론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도 판매량 1위입니다.
이외에도 레이 EV의 반등이 돋보입니다. 2월 812대가 판매되며 국내 전기차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데다 지난 1월(110대) 크게 떨어졌던 판매량을 무려 638.2%나 끌어올렸네요. 현재 유일한 경형급 전기차이기도 하지만, 넓은 적재공간을 기반으로 최근 전기 화물차 대세에 편승할 수 있었던 덕분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인승 레이 밴 모델의 판매 비중은 18.9%였으며, 지난 5년간 등록된 레이의 소유자 유형 중 법인이 무려 32.0%를 차지했다네요.
후발 3사의 성적은 엇갈렸습니다. GM 한국사업장은 총 3만630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16.9%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 20개월 연속 총 판매량 성장세를 이어갑니다. 수출은 2만8643대(전년비 14.2% 증가)로 23개월 연속 전년비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내수는 1987대로 전년비 77.9% 증가했네요. 트랙스는 국내 시장서 1447대가 팔리며 아직 식지 않은 판매 열기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KG모빌리티는 총 9452대로 전년비 9.4%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3748대로 전년비 44.8% 줄었지만 56.4% 증가한 수출(5704대) 덕에 판매량 급감을 막았네요. 헝가리와 영국, 스페인, 튀르키예 등의 지역에서 렉스턴 스포츠&칸(1553대), 티볼리(1454대), 토레스 EVX(543대) 등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티볼리의 경우 판매량이 전년비 152.4%로 크게 증가한 모습입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총 6877대를 판매, 전년비 3.8%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달 홍해 사태로 막혔던 수출길이 트이면서 전월 대비 판매량이 267.6% 증가한 덕분입니다. 가격을 인하한 XM3 하이브리드 이테크 포 올(E-TECH for all) 모델은 총 580대가 판매되며 XM3 총 판매량(905대)의 약 64%를 차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선 ‘하이브리드 전성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완성차 5사가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모두 하이브리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지금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핫’한지, 글로벌 전기차 수요 하락에 대한 브랜드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우선 GM 한국사업장의 경우 부평공장에 6900억원을 투입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 생산 시설을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미국서 전기차 생산을 연기하고 생산 목표량을 낮추기도 한 가운데 북미 지역에서 PHEV 차량을 공급할 생산기지로 한국을 낙점한 겁니다. 이를 위해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지난 2월 한국에 방문해 기존에 공급협력을 맺고 있던 배터리 업체들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고위 경영진과 만나기도 했다죠.
업계에서는 한국 공장의 높은 생산효율성과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난 정부 차원의 외국인투자 현금 지원 액수가 더해지며 GM의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 금액은 총 투자금액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하니,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GM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었겠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모처이기도 한 만큼 배터리 물량 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도 하구요.
현대차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오는 2025년부터 모두 전기차로 내놓기로 했던 전략을 전면 수정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함께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제네시스용 하이브리드 엔진 및 관련 시스템 개발에 돌입한 만큼, 내년이면 실 모델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용 1.6L 엔진보다 큰 2.5L 엔진을 기반해 개발되며, G80와 GV70 등 인기 모델에 우선 적용될 것이 예상된다네요.
이외에도 KG모빌리티의 경우 중국의 BYD(비야디)와 오는 2025년 토레스 HEV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을 병행할 거라 지난해 말 밝히기도 했죠.
르노코리아의 경우 올해 6월 부산모빌리티쇼(옛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중형 하이브리드 SUV ‘오로라 1’(프로젝트 명)를 공개, 하반기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4년만에 절치부심 끝에 신차를 들고 찾아오는 르노코리아인 만큼,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아성에 맞서 어느 정도의 선전을 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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