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의원이 자신의 채용 청탁 비리 의혹을 부인한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관련 의혹을 보도했던 KBS PD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저희가 확인해 본 바로는 민주당의 평가 기준 중에 채용 비리·음주운전·성비위 등에 해당할 경우 50점 감점을 하게 돼 있다.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50점을 감점하는 바람에 0점 처리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신한은행 채용 청탁 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영주 의원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해 컷오프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김영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에 신한은행 채용비리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채용비리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검찰에서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KBS ‘시사직격’에 제가 마치 연루된 것처럼 기사가 나왔지만 한참 뒤에 보도관계자들이 와서 사과했다”면서 “이 대표가 내가 채용비리를 소명 못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소명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주장은 자신은 채용비리와 상관 없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관련 언론 보도 관계자의 사과까지 받았다며 ‘소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컷오프된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사직격’을 제작했던 이송은 KBS PD는 5일 통화에서 “저는 사과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치 시사직격 보도에 문제가 많았던 것처럼 입장을 밝혔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2020년 ‘시사직격’은 채용 청탁 비리와 관련 김영주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구의원 자녀의 채용을 청탁 받았고, 그 자녀는 신한은행 실무자 면접 결과에서 불합격을 받았지만 점수가 변경돼 통과, 합격했다고 방송했다.
이송은 PD는 “내부 문건을 통해 점수가 변경된 것과 인사기록카드에서 구의원 아들 이름까지 확인했다”며 “검찰 공소장과 1심 판결문을 통해 점수 변경이 청탁으로 이뤄진 것이 타당한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ABCD 확인을 해서 보도가 나간 것”이라며 “당시 김 의원이 3선이었다. 훨씬 더 많은 근거를 가지고 있었고 크로스 체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비리 사건은 보통 기업의 회장이 피고가 되고, 면접위원이 피해자가 돼 공정한 면접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한다. 그런데 면접 업무를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으면 청탁 전화 등 유력한 정황이 나와도 청탁 관여자는 처벌이 불가능한 ‘입법공백’ 상태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법이 부정채용을 규정하고 있어도 그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실제 ‘시사직격’ 방송 이후 채용 비리 의혹 연루자가 처벌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채용비리처벌특별법’이 발의됐다.
결국 김영주 의원의 채용 청탁 비리 의혹 정황은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충분히 명시됐지만 ‘입법 공백’ 상태로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처벌을 못했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1월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신한은행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관계자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 등의 채용청탁을 받아 ‘특이자’와 ‘임직원 자녀’ 등의 명단을 만들어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 지원자를 합격시켰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합격자로 오아무개씨의 파일에 ‘thru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영등포구의원(김영주 의원 지역구) 자녀’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이 PD는 “본인은 소명했다고 하는데 사실에 맞아서 소명을 사실상 못한 것으로 본다”며 “채용비리 의혹은 100%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시사직격’ 취재 당시 김영주 의원의 대응도 다시금 거론된다. 당시 제작진은 회의장으로 향하던 김 의원에게 채용 청탁 여부를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신한은행에 확인해보라”고 말했고, 제작진은 국회 미디어 담당자로부터 퇴청 조치를 받았다.
당시 KBS ‘시사직격’ PD들과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들은 성명서를 내고 “취재진은 당시 김 의원의 보좌관이 국회 미디어 담당자에게 취재진을 국회에서 내보낼 것을 전화로 강하게 요청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통화 직후 국회 직원들이 서울러 왔음을 기억한다”며 “특정 의원의 취재 거부로 촉발된 이번 국회 출입 제한을 용인할 경우 권력과 관련한 비위 의혹을 언론이 취재할 수 없다는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PD는 “당시 방송을 내보내고 김영주 의원이 선거에 못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자신은 전혀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없다는 입장을 보니 표만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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