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최근 \’메가톤급\’ 부동산 개발 폭탄을 잇따라 투하했다.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1.10 부동산 대책·노후계획도시재정비특별법 시행령, 철도·도로 지하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을 연달아 내놨다. 서울시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서남권 개조 프로젝트 구상을 공개했다. 예전이면 하나만 발표해도 시장이 들썩거렸을 대형 호재들이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고금리 등 대외 여건이 워낙 어려운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국내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다. 게다가 개별 대책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현실성이 떨어져 단기적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 수도권 개발 속도전…경쟁력 강화
정부가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령\’은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을 50여곳에서 전국 108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핵심은 재건축의 가장 높은 허들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의 면제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다만 무분별한 용적률 500% 상향은 차단된다. 조례와 상관없이 국토계획법에 따라 150%까지 용적률을 상향하도록 했는데, 기존 1종, 2종 등에서 용도변경이 불가한 상태로 1.5배 늘리기 때문에 모든 단지가 500% 용적률을 받을 수 없다. 역세권 등 선별적으로 적용되며 게다가 충분한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전제로 한다.
성남 분당구 서현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A대표는 “1기 신도시 특별법 기대감과는 별개로 분당 일대는 늘 가격을 고수하려는 매도자와 가격을 좀 더 깎아보려는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어 거래량이 거의 없다”며 “게다가 여전히 금리가 높아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보니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는 교통혁신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 GTX A·B·C노선 연장과 D·E·F 신설 추진을 포함한 수도권 신도시 광역벅스 4개 노선 개통, 김포골드라인 차량 증편 추진 등이 핵심이다. 또 도심 내 철도 및 도로 지하화에도 본격 나섰다. 철도 지하화의 경우 연구 용역이 발주됐고, 고속도로는 경부선 기흥-양재 구간, 경인선 청라-신월 지하화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내용이 없을 뿐더러 엄청난 예산 소요 등을 이유로 현실화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 기존에 나온 대책들을 중복해서 발표했을 뿐 어느 것 하나 진행 중인 것은 없고 계획만 있는 상태다”라며 “충분히 검토하고 세밀한 계획이 나와야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 대대적 그린벨트·군사보호시설구역 해제
지역 소멸을 막겠다며 대대적인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도 발표됐지만 시장은 움직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울산을 찾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던 환경평가 1·2급지 개발을 허가하는 등 토지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울산의 경우 전체 행정구역의 25.4%인 268㎢가 그린벨트로 설정돼 있으며,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급지 비율은 81.2%에 달한다. 도시 중심부를 가로질러 도시 공간을 단절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침체된 울산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미흡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울주군 소재 공인중개사 B씨는 “스마트팜(수직농장), 농지 체류형 쉼터 조성 등이 그린벨트 해제와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지역 투자자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실정이고, 침체된 울산의 주택시장이 활성화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 성남 비행장 등 여의도 면적 117배에 달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도 발표됐다. 이번 해제된 지역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성남시 분당구 일대 등 \’금싸라기 땅\’이 걸쳐 있다. 비행장이 있는 수도권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대표적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받기에 높이제한 제약조건이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은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발표가 수서와 분당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호재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선 고도제한이 풀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다. 수서 지역 종상향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군사보호구역 토지 개발 가치의 핵심인 고도 제한이 완화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에선 반응이 시큰둥하다. 강남구 세곡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C대표는 “기존에 건축협의를 할 때 군과 협의하던 부분이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 외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나와 있지 않아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세곡동 집주인들이 이번 호재로 괜히 집값만 올려 세금만 부추기는 거 아닌지 우려된다는 전화만 몇 번 왔었다”고 말했다.
◇ 금싸라기 땅 용산 개발, 낙후지역 서남권 대개조
시는 지난달 5일 용산역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코레일이 과거 정비창으로 쓰던 용산역 뒤편 부지 49만5000㎡에 100층 짜리 랜드마크 초고층 빌딩 등을 짓는다. 세계 최초로 45층 높이 건물을 연결하는 보행전망교(스카이트레일)를 설치하는 등 수직도시(콤팩트시티)를 만든다. 그러나 PF 위기 등 최악의 부동산 시장 불황 속에서 재원 조달이 최대 걸림돌이다.
또 옛 공단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권 대개조에도 시동을 걸었다. 제조업 중심 공간을 미래 첨단·융복합산업 집적지로 전환하고 노후 주거지에 여가와 문화, 녹색 감성을 더해 직(職)·주(住)·락(樂)이 어우러진 미래 첨단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영등포, 구로, 금천, 강서, 양천, 관악, 동작 등 7개 자치구가 포함된다. 준공업지역 내 250%로 제한했던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완화해 녹지와 편의시설 등이 더해진 직주근접형 주거지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한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대규모 사업이라 지자체와 SH만으로 진행하기엔 버거운 것이 있어 사업을 완수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서남권 대개조 프로젝트는 방향성은 올바르나, 기존 지역에 용적률을 250%에서 400%까지 완화하면 투기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