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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

아주경제 조회수  

사진공군
본지 조재형 기자가 2월 28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비상탈출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공군]

공군 전투기 편대가 형형색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수놓는다. 급선회와 급상승을 오가며 곡예에 가까운 기동을 펼친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최첨단 전투기를 타고 창공을 가르는 모습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장면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는 조종사들이 있다. 전투기가 탄성을 자아내는 곡예비행을 할 때마다 내부 조종사들에게는 체중 6배가 훌쩍 넘는 하중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으로 무장한 조종사에게 ‘공군의 꽃’인 전투기 조종사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공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체험하기 위해 충청북도 청주시에 자리 잡은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전투기 조종사라면 모두 거쳐야만 하는 필수 관문이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의 ‘고향’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항의원에서는 조종사를 꿈꾸고 입교한 생도들을 교육한다. 또 육·해·공군 항공 근무자들의 훈련도 담당한다.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들도 3년마다 이곳을 찾아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투기 조종사 500여명과 수송기·헬기 조종사 200여명이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마쳤다.
 
이날 의료원에서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비행환경에 대한 실습이 진행됐다. 중력 가속도 훈련과 공간정위상실(SD) 훈련, 비상탈출 훈련, 저압실 훈련 등이다. 하동렬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 기동생리훈련과장은 “조종사들이 극한의 비행환경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전에 지상에서 실시하는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비상탈출 훈련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투기 조종석과 같은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탑승자가 조종석의 사출 레버를 당기면 레일을 따라 좌석이 고속으로 솟구친다. 전투기 폭발이나 추락의 생사 위기 상황에서 조종사가 탈출할 수 있도록 숙달하는 훈련이다. 조종복과 헬멧, 조종석과 조종사를 연결하는 장비인 하네스를 걸치고 장비에 탑승했다.


 
좌석 사출 시 충격에 다른 부상을 막기 위해 등과 목 부분 등을 조종석에 최대한 밀착시켜야 했다. 밀착 자세를 만들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사출 레버를 당겼다. 순간적으로 좌석이 6G(중력가속도)의 힘으로 솟구쳤다. 밀착했다고 생각했던 머리가 순간적으로 구부러졌다. 목에 약한 통증이 전해졌다.
 
사진공군
본지 조재형 기자가 2월 28일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중력 가속도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공군]

이어 이번 훈련의 하이라이트인 중력 가속도 훈련에 돌입했다. 평소 우리가 생활할 때 중력은 1G다. 이 훈련에서 6~9G를 경험할 수 있다. 훈련에서는 6G에서 20초를 견뎌야 통과다. 자신의 몸무게의 6배를 20초 동안 버텨야 하는 것이다. 몸무게가 70㎏인 기자는 420㎏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훈련 시작 전 가속도 극복 방법을 배웠다. 가속도 장비의 원심력에 의해 피가 다리로만 쏠려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머리로 가는 혈류량이 극도로 줄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아리와 복부 등 근육에 힘을 주어 혈액이 하지에 머무르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숨을 마실 때 “윽”하는 소리와 함께 폐의 압력을 늘려 심장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크흐”라는 소리를 내 숨을 내뱉는 방식으로 호흡해야 한다. 이 박자를 놓치면 보통 수 초 만에 혼절한다.
 
전투기 내부를 본뜬 장비에 들어갔다. 조종석에 착석해 조종간을 잡았다. 화면에는 좌, 우, 가운데에 점이 보였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조종간의 버튼을 누르고 가슴쪽으로 당겼다. 서서히 속력이 붙었고 어느새 속도는 6G를 넘어섰다. 시야가 흔들렸다.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교관이 “눈 뜨세요!”라고 소리쳤다. 눈을 번쩍 뜨고 계속 조종간을 당겼다. 7.4G에 이르자 교관이 조종간을 놓아도 된다고 했다. 서서히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초당 1G씩 가속해 6G에서 20초간 머무는 훈련이 곧바로 이어졌다. 조종간을 당겼고 아까와 달리 급격하게 속도 변화가 느껴졌다. 온몸에 압력이 전해졌다. 6G에 도달해 10초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정신이 혼미해졌다. 시야가 흑백으로 바뀌었다. 항공기의 급작스런 운동으로 인한 중력 변화로 조종사의 시력이 떨어지는 ‘그레이아웃’(Grayout)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다 교관의 “호흡하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호흡하며 다시 정신을 차렸고 나머지 10초를 버텨 가까스로 훈련을 통과했다. 온몸에 힘을 주고 정신을 집중해 땀범벅이 됐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걸을 때마다 땅이 일렁이는 느낌이 왔다. 중력에 의한 의식상실을 ‘지락’(G-LOC)이라고 하는데 공중에서의 지락은 조종사에게 곧 사망을 의미한다.
 
이어 SD 훈련도 실시했다. 이른바 비행착각 훈련이다. 시각에 의존하는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계기를 통한 비행의 안전성에 대해 체험한다. 베테랑 조종사들도 비행착각으로 추락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 중요한 훈련 중 하나다. 전투기를 재현한 장비에 몸을 실었다. 몸은 수평임을 느끼지만 실제 기계에서는 기체가 기울어진 채 선회하는 등 여러 가지 착각 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사진조재형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 운용 중인 중력 가속도 훈련 장치. [사진=조재형 기자]

마지막으로 저압실 훈련에 돌입했다. 저압실 내부에 들어가 에베레스트산보다 조금 낮은 2만5000ft(7620m) 상공과 같은 조건에서 신체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저압실에 들어가자마자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산소공급장치와 연결했다. 체내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손가락에 착용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저압실 내 풍선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금방 2만5000ft 상공까지 도달했다.
 
저산소증 실습을 위해 산소마스크를 벗으니 1분이 지나자 산소포화도가 100%에서 76%로 떨어졌다. 산소마스크를 벗은 동안 구구단을 작성해봤는데 쉽지 않았다. 2분이 경과하자 산소포화도가 58%로 떨어졌다.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 오자 교관이 다가와 산소마스크를 착용시켜줬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고도를 낮추자 왼쪽 귀에 통증이 왔다. 코와 입을 막고 숨을 내쉬는 동작인 ‘발살바 호흡법’을 했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지상으로 내려와도 한동한 귀가 멍멍했다. 군의관은 압력 때문에 귀 안쪽이 부었다고 했다. 훈련이 모두 끝난 뒤 비행환경 적응훈련 교육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조종사는 오늘 체험한 훈련 외에도 야간시각훈련까지 마쳐야 비로소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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