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MBC 날씨 코너에 등장한 ‘파란색 1’을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선거방송 심의규정 가운데 공정성과 사실보도 조항 위반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현 정부 들어 여당이 연일 MBC 편파방송을 주장하는 가운데 이제는 날씨 코너에 등장한 그래픽까지 문제 삼자 MBC도 메인뉴스를 통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MBC 일기예보에 사람 키보다도 큰 파란색 1 대신에 같은 크기의 빨간색 2로 바꿔놓고 생각해 봐주시라”며 “MBC에서 일기예보를 통해 민주당의 선거 운동성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아무리 그간 극도로 민주당 편향된 방송을 해 온 MBC지만, 이건 선을 넘은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들께서 한번 보시고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7일 날씨 보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까지 떨어졌다”며 화면에 파란색 1을 크게 띄웠다. ‘뉴스데스크’는 29일 리포트를 통해 27일 날씨 보도에서 1이라는 파란색 숫자를 부각해 내보낸 이유를 설명하며 “여느 날과 같이 뉴스데스크는 2024년 2월 27일의 날씨도 과학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충실히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MBC는 “실시간으로 대기 정보가 전송되는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에 그제 27일 서울 초미세먼지농도 최저값이 세제곱미터당 1마이크로그램까지 떨어졌다고 나타났다. 강동구와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등 서울 곳곳에서 오전 시간대 초미세먼지 농도가 1이 기록된 것”이라며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2월에 초미세먼지 농도 세제곱미터당 1마이크로그램이 올 2월처럼 자주 관측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최근 겨울날씨가 춥지 않으면 미세먼지라는 뜻의 ‘삼한사미’로 불려 온 것에 비하면 더욱 눈에 띄는 수치였다”며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 기획 회의에선 이를 부각해 설명하기로 했다. 날씨 정보에 그날의 초미세먼지 농도 극값을 내세우는 건 종종 해왔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 5월11일 ‘뉴스데스크’에서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 최저값이 1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보도했다는 설명이다.
MBC는 “최근 뉴스데스크 날씨 코너는 ‘언리얼 엔진5’라는 최신형 3D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보다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도 숫자 1을 입체감 있게 구현하고 기상캐스터도 이를 강조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색상은 환경부에서 낮은 미세먼지 농도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파란색을 입혔다”고 설명하며 “뉴스데스크의 기존 날씨 코너에서도 이 색상들을 적용해왔다”고 강조했다.
성장경 MBC 앵커는 해당 리포트 직후 “MBC가 평일 오후 2시에 방송하는 뉴스외전 스튜디오에는 숫자 2가 커다랗게 떠 있다. 뭔가 다른 게 연상되시나요?”라고 물은 뒤 “1이라는 숫자, 무수히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희의 이번 날씨 보도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성장경 앵커는 “뉴스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경청하고 더 좋은 뉴스를 전해드리려고 노력하는 건 저를 포함한 언론 종사자의 당연한 책무다. 하나의 뉴스를 어떤 맥락으로 해석하는가 역시 시청자의 몫이자 권리다. 다만 전혀 관련 없는 날씨 정보에 정치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실을 곡해한 이번 사례는 매우 뜻밖이고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다”며 “MBC 뉴스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이런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취임 이후 MBC를 향한 초유의 중징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당에서 날씨 보도까지 특정 정당 편향을 주장하자 MBC도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해 자사 보도를 통해 적극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MBC는 중징계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추천 최철호 선거방송심의위원은 선방심의위 회의에서 MBC ‘파란색 1’ 그래픽에 대한 긴급 심의를 요청했다. 3월7일 차기 회의에 관련 심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위원들 다수가 여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