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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김동연, 기후동행카드 기싸움 “경기도가 협의 거절” “경기패스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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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하철·버스를 30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데도 경기도가 협의를 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는 사실과 다르고 자체 ‘더(The) 경기패스’가 더 우수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천시는 기후동행카드와 유사한 콘셉트로 광역버스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정기권을 마련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과천 기후동행카드 업무협약식'에서 기후동행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신계용 경기 과천시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과천 기후동행카드 업무협약식’에서 기후동행카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9월 기후동행카드 도입 발표할 때부터 기싸움 벌어져

서울시와 경기도의 신경전은 지난해 9월 오 시장이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할 때부터 불거졌다. 경기도는 수도권 대중교통망은 하나로 얽혀 있는데, 서울시와 경기도 간 사전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 시장이 먼저 발표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는 이런 상황에서 국정감사 도중 발표됐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한 경기도 차원의 대책의 필요하다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더 경기패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지하철·버스를 월 6만2000원에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더 경기패스는 내년 5월 정부가 시행하는 ‘K-패스’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만큼 일정 비율을 돌려받는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용 요금 가운데 일반인은 20%, 청년(19~34세)은 30%, 저소득층은 53% 환급받는다. 더 경기패스는 청년 기준 연령을 19~39세로 5세 높였고, K-패스에 있는 대중교통 이용 횟수 ‘월 60회’을 무제한으로 풀었다. K-패스가 도입되는 5월부터 더 경기패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는 경기도 지자체들과 기후동행카드 이용 협약을 맺고 있다. 현재 김포시·과천시·군포시가 서울시와 기후동행카드 참여 협약을 맺었다. 기초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거주지에 따라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나타났다. 과천시민·군포시민은 지하철 4호선으로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안양시민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과천시장·군포시장은 오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고, 안양시장은 김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동북권 공공의료원 설립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동북권 공공의료원 설립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최근 연이어 김 지사를 향해 기후동행카드 도입 협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경기도가 기후동행카드에 들어오면 서울시 예산도 나간다. 그럼에도 원하면 받아주겠다고 했다”면서 “경기도는 한 푼도 댈 수 없으니 기초 지자체가 돈이 있으면 들어가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동행카드는 시작부터 경기도에 열어뒀다. 이제는 경기지사 선택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자 경기도 김상수 교통국장은 하루 뒤 “서울시는 경기도가 도와주지 않아 도내 지자체가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주저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했다”면서 “경기도 교통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황당하고, 오 시장에게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경기도는 더 경기패스가 더 우수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기본적으로 서울에서만 쓸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더 경기패스는 전국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쓸 수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후에도 경기도가 기후동행카드 확대에 협조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27일에는 SBS 라디오에 나와 “경기도가 협조를 안 하면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 경기도 개별 지자체는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하고 싶어하는 곳들이 있는데, 시스템 통합을 해주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어려워 (참여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동행카드에 지자체가 들어오면 서울시가 60% 이상 비용을 분담한다”며 “서울시가 더 부담해가면서 경기도민에게 혜택을 드리겠다는 건데 경기도가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하루 뒤 김 국장은 “서울시 예산 60% 지원과 관련해 경기도는 어떤 협의도 한 바 없다”면서, 서울시가 60%를 지원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경기도는 더 경기패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기후동행카드 참여는 온전히 시·군의 자율적 결정 사항”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경기도 시·군이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할 때 적용되는 운송기관 범위가 서울이 많아 서울시 예산이 최소 60% 투입된다”고 했다. 이어 경기도 버스 교통카드 시스템 변경에 경기도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도민만을 바라보고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결단하라”고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평 캠프마켓 반환 관련 기자브리핑에서 캠프마켓 개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20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평 캠프마켓 반환 관련 기자브리핑에서 캠프마켓 개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 조용히 K-패스 확대한 인천 I-패스·기후동행카드 개념 적용한 광역 I-패스 발표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인천시는 새로운 대중교통 할인 지원 정책 ‘인천 I-패스’와 ‘광역 I-패스’를 확정해 전날 발표했다.

인천 I-패스는 더 경기패스처럼 정부의 K-패스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대중교통 비용을 일반인 20%, 청년층 30%, 저소득층 53%만큼 환급해주면서 K-패스에 있는 ‘월 60회’ 한도를 없애 무제한 지원한다. 청년 범위도 경기도처럼 19~39세로 5세 높였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6~18세 어린이·청소년도 청년층에 포함한다. K-패스, 더 경기패스와 달리 65세 이상 어르신 환급률을 30%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50%로 확대한다. 인천 I-패스는 오는 5월 시행된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의 정기권 개념을 활용한 광역버스 정기권 ‘광역 I-패스’는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시민이 8만원을 내면 30일간 인천시 광역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인천 송도에서 서울 강남까지 매일 광역버스로 출퇴근하면 한 달간 버스요금은 약 14만5000원인데, 광역 I-패스를 이용하면 6만원 넘게 절약할 수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11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인천 교통현안 해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후동행카드를 인천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계속 협의 중”이라고 했다. 또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직결 운행도 합의해 인천시민이 한 번에 강남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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