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전자책’ 관심이 급증했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2년 새 감소한 반면 전자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늘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전자책 이용률이 크게 올랐다.
전자책은 이름 그대로 전자기기로 읽을 수 있는 형태의 출판물을 말한다. 종이책은 한꺼번에 가지고 다니기 어렵고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다. 오래된 종이책은 변색되거나 삭기도 한다. 반면 전자책은 반영구적이며 분량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평소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책을 수백 권 저장하고 생각날 때마다 볼 수 있다. 종이책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독서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일부 소비자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 속칭 ‘이북리더기(E-Book Reader)’를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이북리더기는 ‘전자잉크(e-ink)’라는 특수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오래 시청해도 눈의 피로가 적다. 가격도 대체로 저렴하다. 10만 원도 안 하는 보급형 제품도 있다. 백만 원을 가볍게 넘는 스마트폰에 비해 부담 없어 호기심에 사볼 만하다.
이북리더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아무 제품이나 덜컥 구매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사용감을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낮은 성능에 답답할 수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특정 서점 앱만 호환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책을 저장해 들고 다니는 제품인 만큼 용량과 휴대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살펴볼 건 ‘디스플레이’와 ‘앱 호환성’이다.
다 똑같은 전자잉크 아냐, 디스플레이 사양 어떻게 다를까
이북리더기는 대부분 전자잉크 패널을 사용한다. 전기 자극을 가하면 색이 바뀌는 미세한 캡슐을 픽셀 대신 배치한 디스플레이다. 한 번 캡슐 색이 바뀌면 다시 전기 자극을 가하기 전까지 색이 유지되므로 화면 내용이 바뀌지 않는 한 전력을 추가로 소모하지 않는다. 전자잉크는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부담이 적다. 실제 종이를 보듯 편안하다. 가독성도 LCD보다 좋다.
단점은 반응 속도가 느리다. 화면이 바로바로 전환되지 않아 동영상이나 움짤(GIF) 재생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화면이 바뀌면 이전 화면에 표시된 내용이 잔상처럼 일정 시간 남아있는데, 평소 독서할 때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는 편이거나 스크롤해서 읽는 전자책을 가지고 있다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일부 이북리더기는 화면 새로고침 빈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해 단점을 보완했다. 잔상이 적은 고품질 모드, 화면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에 적합한 모드 등 여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단, 전환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전자잉크 특성상 잔상이 어느 정도 남기 때문에 고화질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즐기기는 어렵다.
대부분 ‘흑백 전자잉크’ 사용, 이런 책에는 부적합해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북리더기는 대부분 흑백 전자잉크 패널을 사용한다. 흰 배경에 검은 글씨만 있는 책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사진·삽화·도식이 많은 책, 색이나 빛을 설명하는 책이라면 불편할 수 있다. 일부 책에는 중요한 내용에 형광펜으로 그은 효과를 주거나 다른 색으로 강조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흑백 전자잉크 패널을 탑재한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을 땐 이런 효과를 식별하기 어렵다.
꼭 책을 볼 때만 불편한 것도 아니다. 인터넷이나 앱 실행을 지원하는 흑백 이북리더기로는 몇몇 콘텐츠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밀리의 서재’ 앱을 실행했더니 컬러 이미지가 모두 흑백으로 변환되면서, 복잡하게 생긴 일러스트나 사진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동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GIF)가 들어간 배너라도 보이면 화면에 온통 잔상이 발생했다.
컬러 전자잉크 패널을 탑재한 이북리더기로 보면 삽화나 도식을 알아보기 한결 편하다. 교본처럼 색 표시가 많은 책이나 잡지처럼 삽화가 많은 책을 자주 본다면 컬러 이북리더기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단, 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제품이 없으며 해외 직구 가격이 웬만한 고급 태블릿 PC와 견줄 정도로 비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OS는 주로 ‘안드로이드’, 전용 앱만 지원하는지 살펴봐야
초기 이북리더기에는 주로 제조사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앱 호환성이 떨어져 사실상 제조사가 제공하는 독서 앱만 사용해야 했다. 최근 출시한 제품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를 채택했다. 서드파티 독서 앱과 각종 서점 앱도 설치할 수 있다. 전자사전이나 계산기 같은 유틸리티 앱을 설치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단,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를 탑재했음에도 서드파티 앱 설치가 불가능한 사례도 있다. 출판사나 서점이 직접 개발한 일부 이북리더기는 개발사가 제공하는 독서 앱만 지원하거나 해당 서점을 통해 구입한 전자책만 열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디페이퍼 시리즈는 개발사인 리디북스를 통해 구매한 전자책만 읽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북리더기는 대부분 이런 제한이 없다. 단, 아마존 킨들 전자책 제품군 중에는 안드로이드 관련 기능을 대부분 제한하고 킨들 앱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매 전 호환성을 따져봐야 한다.
화면 크기·비율·해상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제품에 따라 화면 크기와 비율도 천차만별이다. 최근 구매할 수 있는 이북리더기의 화면 크기는 6인치대와 10인치대로 나뉜다.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독서하기엔 6인치대 제품이 편리하다. 잡지나 만화처럼 글씨가 작은 책을 자주 본다면 10인치대 제품이 적합하나, 상대적으로 휴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화면비는 대부분 종이책에 가까운 3:4지만, 일부 제품은 한 손으로 쥐기 쉽도록 9:16처럼 세로로 더 긴 비율을 채택한다. 이퍼브(EPUB) 타입 전자책을 주로 본다면 기기 화면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 내용이 화면비에 따라 자동으로 다시 배열되기 때문이다.
확장자가 PDF인 전자책을 주로 본다면 3:4 비율 제품을 권장한다. PDF 전자책은 미리 정해진 비율로만 출력되므로 상하 또는 좌우에 여백이 생길 수 있다. PDF 전자책의 가로세로 비율은 출판 국가와 서적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3:4 비율에 가깝다. 이런 파일을 세로로 길쭉한 이북리더기로 열면 상하 여백이 많이 남아 내용에 몰입하기 어렵다.
해상도는 제품마다 다른데, 6인치대 3:4 비율 이북리더기 기준 긴 쪽이 1500픽셀 정도만 돼도 글자로만 구성된 책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해상도가 이보다 높으면 잡지나 만화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일부 저가형 제품 중에는 긴 쪽이 1000픽셀 전후인 저해상도 패널을 탑재한 경우도 있는데, 글자가 작은 책, 만화, 삽화가 깨져 보일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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