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표와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총선을 43일 남긴 시점에 국민의힘과 지지율이 역전됐는데, 그 주된 원인이 ‘비명횡사’로 촉발된 공천 불공정성 시비기 때문이다. 이날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컷오프가 된 날이어서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심도 고조된 상태였다. 재판 일정 때문에 불참 가능성이 높았던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하면서 당 분란과 공천 상황에 대한 수습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나오긴 했지만 결국 이 대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상 ‘비명배제’ 원칙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이 대표의 결심히 확인된 순간이었다.
|
의원총회에서는 임 전 실장의 문제를 비롯해 공천 관련 비판이 쏟아졌다. 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과 송갑석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사퇴한 정필모 의원도 여론조사 업체 선정을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혁신을 말하며 자신의 가죽은 벗기지 않는다’는 취지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 지난 지선 참패했던 때와 똑같은 상황”이라며 “지금은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사당화의 완성을 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위 20%에 들었던 의원들도 당시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를 직격하며 공개적으로 나섰다. 박용진 의원은 당시 ‘이재명 사천’을 비판했고,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에 시스템공천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지도부와 공관위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헀다. 김한정 의원 역시 “부당한 낙인과 불리함”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가 건강상의 이유를 대며 사퇴했던 정필모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나도 속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주당 선관위 내에서 여론조사 업체를 선정하는 분과가 따로 있었는데 리서치디앤에이를 선정하는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단 설명이다. 정 의원은 “통제·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사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존재를 고백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이미 경선이 끝난 사람들도 그 결과에 대해 불신을 갖는다”며 “과연 여론조사 기관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했는지 문제제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지난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한 배경과 관련된 사람들의 책임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꼬집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을 포함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의원 총회에서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를 빠져나가며 “의원님들께서 여러가지 의견을 주셨는데 우리 당무에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다”는 소감만 남겼다.
이에 의원들은 반발했다. 정치권 은퇴를 선언한 박병석 의원도 “이 대표가 한 마디도 없었다”며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 바른 길로 가야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날렸다.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도 “지도부가 한마디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
결국 이 대표의 빈자리는 원내를 총괄하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채웠다. 홍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탈당을 선언한 설훈 의원에 대한 위로도 대신했다. 홍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과 함께했던 중진 정치인”이시라며 “설훈 의원을 한번 더 뵙고 설득하겠다”고 말햇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컷오프에 대해서도”일부 의원들의 유감스럽다는 발언이 있었다”며 “공관위서 결정된 사안이라 번복할 수 있지 않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