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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수혜주’ 승승장구하던 금융株, ‘일장춘몽’으로 끝나나 [밸류업 후폭풍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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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인가, 다시 장기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인가?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대표적 수혜주로 거론됐던 금융주가 졸지에 고변동성 주식이 됐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株)로 꼽히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지목, 올초부터 크게 올랐지만, 26일 알맹이 없는 정부 발표에 결국 크게 내렸다.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세제 지원안 등 세부 사항이 나오지 않은데다,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강제하지 않고 기업 자율성에 맞기기로 해 실제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주는 전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공개 이후 하락을 면치 못했다. 4대 지주사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건 하나금융으로, 전거래일인 23일 5만8900원에서 5만5400원으로 5.9% 급락했다. KB금융이 6만2500원을 기록, 전일 대비 5% 떨어졌고,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역시 각 4.5%, 1.9%씩 하락했다. IBK기업은행도 1만3760원에서 1만3400원으로 2.6% 떨어졌다.

지방 소재 금융지주도 상황은 비슷했다. BNK금융이 23일 7950원에서 26일 7720원으로 2.9% 떨어졌고, DGB금융은 2.3% 하락했다. 그나마 JB금융이 보합 수준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0.8% 떨어지는데 그쳤다.

이는 당초 상승 동력이었던 주주환원 기대감이 현실화될지 불확실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상장사들에게 강제하는 것보단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금융사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

가장 큰 기대감을 모았던 세제 지원안 세부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국 측은 전일 발표에서 인센티브로 표창 수여,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세정 지원, IR·온라인 홍보 지원 등을 할 것을 공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세제 지원안은 이후 올해 상반기 중에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이번 지원방안 발표 중 기존 알려졌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없었기에, 그만큼 실망감도 컸다는 해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상승하였던 금융업종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 원론적인 측면에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기존에 언론에서 보도되었던 내용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확대로 올랐던 금융주, 향후 외국인 매수 관건

이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주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상승폭만 보면 하나금융이 연초(1월 2일) 4만2800원에서 이달 23일 5만8900원으로 33.2% 오르며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KB금융이 5만3600원에서 21.1% 오른 6만5800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가 각 15.5%, 8.3%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전한 수치다.


이는 지방 금융지주도 마찬가지였다. JB금융이 21% 상승했고, BNK금융지주가 13.4% 올랐다. 같은 기간 DGB금융지주도 8410원에서 9350원으로 11.2% 상승했다. 이외 기업은행은 1만1790원에서 1만3760원으로 16.7% 올랐다.

올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저PBR주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PBR은 주가 1주를 순자산가치로 나눴을 때 몇 배가 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통상 1배 이하면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저평가됐다는 뜻이고, 이보다 높으면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뜻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러한 저평가주에 우호적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저PBR주를 끌어올린 배경에 외국인 매수세가 있는데, 이들이 마음을 돌렸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금융주가 빠진 26일 코스피에서 외인은 98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튿날인 27일 일부 종목은 반등에 나서기도 했다.

외인의 매수세는 올 초부터 계속됐다. 이들이 1월초부터 23일까지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총 10조8020억원에 달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저평가 스타일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관과 외인이 꾸준히 저평가를 기준으로 매매하고 있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월 셋째주 코스피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기록된 저PBR주와 순매도가 기록된 저PBR주의 평균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각 0.95%와 -1.17%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인의 선택을 받은 종목은 상승세를 보인 반면, 그렇지 못한 종목은 소폭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차별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지만, 지금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IT조선 이상훈 기자 lees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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